자유로운 해석이 K팝 성공 견인 창의적인 해외 번역가 참여 늘길 ◇K 문학의 탄생/이형진 외 지음/416쪽·2만 원·김영사
이호재 기자
“K팝이 진정한 세계의 주류가 되려면 K를 뗀 ‘그냥 팝’ 그 자체가 돼야 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달 25일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손을 잡고 미국에서 대형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시작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K팝을 세계화하는 단계를 넘어 K팝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세계의 재능 있는 청년들에게 K팝에 기반한 멋진 그룹의 멤버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꿈이 있었다”며 “제작 시스템 자체가 해외에서 뿌리내려 본토 팝 시장을 공략하며 저변을 넓히는 것”이라고 했다. 방 의장은 이를 ‘또 다른 방식의 세계화’라고 정의했다.
K팝과 한국문학이 세계화되는 과정이 다를 필요가 있을까. 문학 번역가 12명이 한국문학의 현실과 미래를 담은 ‘K 문학의 탄생’ 중 이형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의 글 ‘한류를 통해 바라본 한국문학 번역의 미래’를 읽으며 든 생각이다. 이 교수는 이 글에서 한국문학 번역이 지나치게 학술적 논의에 묶여 있다고 지적한다. 오역 논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대중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등의 현실적 접근을 상업적이고 속물적이라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해외 번역가들이 자유롭게 번역하는 길이 막혀 있다고 평가한다.
“독자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원본의 가치나 한국적 특성, 원본에 대한 충실성만을 중시하는 전략으로는 번역 독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한국문학은 우리 것이고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현지(해외) 독자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한국문학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대중음악과 문학을 오롯이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 문학은 글의 비중이 음악보다 훨씬 높기에 오역에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한국문학이 K팝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운데 이런 생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도 다른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 방식은 참고할 수 있다. 문학과 대중음악의 차이점보단 공통점을 바라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수 있다. 그러면 한국문학 해외 번역자가 많아지고, 한국문학을 찾는 해외 독자들이 많아질지 모른다. 한국문학의 ‘또 다른 방식의 세계화’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