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소설/안보윤 외 7인 지음/272쪽·1만7000원·창비교육
어린이집 교사인 ‘나’는 자신이 선생님이 아닌 ‘보육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와 할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주승이가 어린이집에서 이상행동으로 실내 배변을 해도, 그런 주승이를 보며 다른 학부모들이 항의를 해도 기계적으로 이해하는 체할 뿐이다. 어느 날 주승이의 배에 나 있는 크고 뚜렷한 멍 자국을 본다. 작고 마른 아이의 배를 한 곳만 집요하게 내리치는 어른의 손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는 경찰에 신고하고야 만다.
이 책의 첫 번째 수록작인 안보윤의 단편소설 ‘밤은 내가 가질게’는 2020년 16개월 아이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아동과 장애인, 노인, 불법 취업자 등 사회적 약자를 주제로 소설가 8명이 쓴 단편소설 8편을 엮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틀딱’, ‘짱개’, ‘급식충’ 등 혐오 표현을 스스럼없이 던지고, 이들을 위한 주거 시설 등을 지으려고 하면 극렬하게 반대한다. 각 소설에는 외면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소설 속 몇몇 주인공은 이중적이고 이기적이다.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 그들의 변화는 묵직한 의미를 갖는다. 엮은이들(이혜연 김선산 김형태)은 머리말에서 “‘각자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같이 함께 있는 것’을 지향하자. 다시 계속해서 희망하는 태도를 갖자”며 “소설(小說)의 ‘소’는 작은 존재들을 품어주는 소설의 태도에서 온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