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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식 선언에… 법원은 ‘재판 스케줄 고민’[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입력 | 2023-09-02 12:00:00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9화입니다.


신문기사에 이재명 피고인 단식 한다던데, 출석 가능한가요?”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의혹’ 재판. 첫 공판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김동현 부장판사가 이 대표 측 변호인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이 “9월 15일이면 매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출정 자체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김 부장판사는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예정대로 15일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지만 중대한 사정이 생기면 순연하겠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재판 스케줄에 큰 변수가 된 겁니다. 이 사건 재판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건 5월 11일. 4개월 만에 본격적인 공판에 돌입하나 싶었던 재판부도 ‘단식 선언’을 한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에 돌입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재배당 정진상 ‘뇌물’ 재판, 공판갱신절차 끝


이날 오후 같은 재판부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를 심리했습니다. 6월 13일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형사합의33부로 재배당 된 이후 법정에서 매회 진행됐던 ‘녹음 파일 재생’이 끝나며 공판갱신절차도 마무리됐습니다.

공판갱신절차 기간에도 정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의 유동규 진술 신빙성 흔들기는 계속됐습니다. 앞서 열렸던 5회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현장검증’을 요청했습니다. 정 전 실장 변호를 맡은 이건태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서 한마디 하겠다”며 “검사들이 작성한 피의자심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진술이 갑자기 바뀐 이유엔 검찰의 개입이 의심되는 만큼 당시 조사가 진행됐던 ‘검사의 방’을 현장검증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장검증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정리했습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7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다음 기일은 8일로 유 전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의 ‘뇌물’ 혐의 심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병합을 염두하고 있습니다.



● 재판 종결 앞두고 ‘위증 의혹’ 불거진 김용 재판

한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재판은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진행 중인 이 재판은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10회, 뇌물 혐의 10회씩 집중 심리를 마치고 지난달 31일 열린 21차 공판에서 두 혐의를 병합해 심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의 신경전은 이어졌습니다. 김 전 부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전직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이홍우 씨의 ‘위증 의혹’ 때문입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 등을 받는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씨는 5월 이 법정 증인석에 앉아 “2021년 5월 3일 김 전 부원장과 수원컨벤션센터 내 집무실에서 만나 업무를 협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 날짜에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특정했는데,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알리바이를 댄 겁니다.

그러나 이 씨는 증거로 제시하겠다던 휴대전화를 갖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재판부가 직권으로 이 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즉시 검찰이 집행에 나섰지만, 휴대전화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휴대전화를 갑자기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이 과정에 김 전 부원장 측 이모 변호사가 관여했다고 보고 지난달 24일 이 변호사 주거지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다가 압수수색을 당한 건 황당하고 참담하다”고 재판부에 하소연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관들이 집을 모두 뒤지고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건파일을 모두 가져갔다”며 반론권을 침해했다고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논쟁이 격해지자 재판부가 직접 나서 “이례적 상황이라 재판부도 유감”이지만 “저희가 진실성 여부를 판단할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재판부는 21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이 씨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1일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 ‘백현동 의혹’ 조사 받은 이재명…‘백현동 재판 따라잡기’ 시작?
지난달 17일 이 대표는 법원이 아닌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사업에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백현동 특혜 의혹’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4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서 언급된 ‘민간사업자’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입니다.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 전 대표는 현재 알선수재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을 진행했던 민간 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도 횡령·배임 혐의로 같은 재판부에서 1일 첫 공판기일을 가졌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부인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도 ‘김문기를 모른다’고 발언한 쟁점에 대한 심리를 끝내고 22일부터 백현동 개발특혜의혹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공문으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용도변경을 요청해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고,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 발언 역시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오전 10시엔 대장동 5인방의 ‘이해충돌방지법’ 재판과 정진상 전 실장의 뇌물 혐의 재판이 열립니다. 같은 날 10시 30분부터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