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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부 노벨평화상 수상 언론인 “외국 스파이” 지목

입력 | 2023-09-02 10:43:00

발행 정지 정부 비판 신문 노바야 가제타 편집국장
"외국 스파이" 딱지 스탈린 시대 "인민의 적" 딱지 유사




러시아 정부가 1일(현지 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정부 비판 유명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를 “외국 스파이”로 지목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무라토프는 정부와 정부의 언론인 살해에 비판적인 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국장으로 오래 재직해왔다.

러시아 법무부는 무라토프가 “외국 플랫폼을 통해 러시아 연방의 대외 및 국내 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형성하기 위한 견해를 송출해왔다”며 “외국 스파이”로 지목했다.

노바야 가제타와 대부분의 소속 언론인들은 지난해 3월 무라토프가 신문 발행을 중단한 뒤 해외로 피신했다. 그러나 무라토프는 러시아에 남았다. 신문 발행 중단은 당시 발효된 전쟁 보도 금지법 때문이었다. 이 법은 전쟁을 비판하는 사람에 최대 15년까지 실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외국 스파이” 딱지는 구 소련 스탈린 시절 대대적 숙청을 벌이면서 사용한 “인민의 적”이라는 딱지와 비슷하다.

러시아 정부는 거의 매주 금요일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비판 세력을 “외국 스파이”로 지목해왔다. 미 시카고대 교수인 경제학자 콘스탄틴 소닌도 명단에 올라 있다.

무라토프는 지난해 신문 발행을 중단한 뒤 모스크바 열차 안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을 입었으며 미 정보 당국이 러시아 정보요원 소행인 것으로 확인했었다.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라토프는 지난해 6월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부쳐 1억350만 달러를 모금, 우크라이나 아동 및 피난민 지원에 쓰도록 유니세프(UNICEF)에 기부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구소련 붕괴 직후인 199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상금을 기부한 자금 등으로 1993년 설립됐다. 푸틴의 체첸 공격 등을 비판해온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등 6명의 소속 기자들이 피살됐다.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6년 푸틴의 생일날 자신의 아파트에서 총격을 당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