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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괜찮은데 술만 마시면…친딸에 “너 죽이고 감옥 가겠다”던 엄마 결국

입력 | 2023-09-02 15:44:00


술만 마시면 딸에게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던 엄마가 또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대화를 녹음하는 딸을 때렸다가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 씨(47)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아동학대범죄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과 알코올 중독 치료 강의 8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A 씨는 2021년 3월 19일 밤 집에서 술에 취해 딸 B 양(11)에게 “너 하나 죽이고 그냥 감방 가면 되지”라며 욕설을 퍼붓고, 이를 녹음하는 B 양의 휴대전화를 빼앗는 과정에서 머리를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실제로 A 씨가 B 양에게 욕설하는 대화가 녹음된 점, 2020년 8월 아동학대죄로 아동보호 사건 송치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B 양이 “엄마가 평소에는 괜찮은데 술만 마시면 욕하고 화를 낸다. 엄마가 술을 안 먹고, 다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여전히 엄마를 향한 애정을 가진 점으로 미루어보아 굳이 무고할 동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1심은 “피해자는 피고인이 술을 따르는 모습만 보면 떨린다고 진술하는 등 후유증이 남은 것으로 보이나, 더는 피고인이 술을 마시지 않고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유대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피해자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자신을 두둔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등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범행 이후에도 음주를 자제하지 못하고 수시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보인다”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렸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