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자택 인근에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1 뉴스1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1억6500만 원은 내가 쓴 3권의 책값”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상식적 주장”이라며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이 지난해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의혹을 인터뷰한 대가라고 보고 있다.
3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앞서 책값이라며 금품을 받은 경우 상황과 액수 등에 따라 유무죄 여부가 갈렸다.
신학용 전 국민의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 대표 발의 대가로 2013년 출판기념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로부터 336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기소돼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100만 원이 확정됐다.
2심 재판부도 “개인적인 친분을 고려하더라도 출판기념회에서 의례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찬조금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고액”이라고 봤다. 대법원도 1, 2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반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경우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로부터 총 4950만 원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에는 자신이 쓴 책 100권을 출판사가 아닌 본인으로부터 직접 사 달라며 198만 원을 송금 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심은 “책을 보내준 뒤 정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아 뇌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부분은 무죄라고 봤고 대법원도 지난해 1월 2심 판단을 인정했다.
신 전 위원장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할 때 신 전 위원장이 2021년 9월경 김 씨로부터 받은 1억6500만 원이 책값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판권도 아닌 책 1권당 약 50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