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아트 거장 미겔 슈발리에 ‘서울라이트 DDP 2023 가을’ 참여…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작품 화제 건축의 편견 뛰어넘은 DDP의 곡선… 변화무쌍한 사계절 표현에 적합 창덕궁 등 한국의 풍경도 반영… 열린 공간서 시민들 영감 얻길
프랑스 출신 디지털아티스트 미겔 슈발리에 씨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작 ‘메타-네이처 AI(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40년 넘게 디지털아트 작업을 했지만 이번이 가장 규모도 크고 어려웠다. 작업하는 4개월 동안 흰머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난 프랑스 출신 디지털아티스트 미겔 슈발리에 씨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웃었다. 그는 이날 개막한 ‘서울라이트 DDP 2023 가을’ 프로젝트의 메인 작가로 참여해 DDP의 굴곡진 외벽을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작품 ‘메타-네이처 AI(인공지능)’를 선보였다.
● DDP 외벽에 표현한 사계절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막이 오른 ‘서울라이트 DDP 2023 가을’ 행사에서 메인 작가 미겔 슈발리에 씨의 작품 ‘메타-네이처 AI(인공지능)’가 상영되고 있다. 그는 꽃의 개화(위 사진)와 흩날리는 눈송이(아래 사진) 등 사계절의 이미지를 AI를 활용해 구현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자연과 사계절을 주제로 잡은 건 DDP의 미학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슈발리에 씨는 “DDP는 외벽이 곡선이라는 점에서 편견을 뛰어넘는 건축물”이라며 “걸어가는 방향과 움직임에 따라 여러 모습을 연출할 수 있어 사계절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곡선에 적합한 이미지를 건물에 입히기 위해선 정밀한 계산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계속 움직이는 3차원(3D) 영상 이미지를 건물의 곡선 외벽에 맞게 계산하고 다듬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작업이었다”고 돌이켰다.
작품에는 한국에서의 경험도 반영됐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인 이후 열 번 가까이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한국에서 느낀 바람과 자연의 색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특히 창덕궁 후원(비원)의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됐는데 그때 찍어둔 많은 사진이 이번 작품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 펜과 붓 대신, AI로 표현하는 자연
그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AI를 활용했다.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의 색, 형태, 질감 등을 설정하고 주제어를 입력하면 AI가 그에 맞는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를 제작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는 “모네가 빛을 그림에 표현하려 했던 것처럼, 컴퓨터그래픽과 AI를 활용해 작품에 자연을 담으려 했다”며 “과거 화가들이 펜이나 붓으로 창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구로서 AI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그의 작품은 10일까지 DDP에서 평일 오후 8∼10시, 주말 오후 8∼11시에 즐길 수 있다. 여러 곳에서 작품을 볼 수 있지만 건물 바닥에서 하늘을 보듯 올려다보는 게 가장 온전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라고 작가는 조언했다. 그는 “열린 공간에서 DDP를 수놓은 꽃과 나무, 자연이 시민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DDP에선 같은 기간 스위스 출신 설치예술가 댄 아셔의 작품 ‘보레알리스 DDP 댄 아셔 × LG OLED’도 감상할 수 있다. 보레알리스는 라틴어로 ‘북쪽’을 뜻한다. 이 작품은 DDP 야외 잔디 언덕을 활용해 북극권에서 볼 수 있는 천체 현상 오로라를 구현했다. 이날 DDP를 찾은 시민들은 서울 중심에서 펼쳐진 오로라를 보며 연신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