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여성 지휘자 리니우 첫 내한 17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전쟁 희생자 추모 ‘밤의 기도’ 등 연주 “음악은 최고의 휴머니즘 표현 수단”
2021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145년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 지휘대에 오른 우크라이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그는 사회, 역사에 대한 예술의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 왔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우크라이나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가 처음 한국을 찾는다.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극장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그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등을 연주한다.
리니우는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에서 키릴 페트렌코의 보조지휘자로 일했고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와 필하모니 수석지휘자를 지냈다. 2021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하며 이 축제 145년 역사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발언은 전쟁의 참상을 종식시키자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토론과 교류, 국가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유럽식 연대에 있기를 바랍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 수립한 것 같은 경찰 독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한때 러시아 음악을 배척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그는 간명한 표현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러시아인이라고 해서 원소 주기율표를 폐기하자는 사람은 없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이 더 손쉬운 희생제물일 겁니다. 파괴적인 포퓰리즘 아닌가요?”
리니우는 볼로냐 시립극장 연주와 뮌헨, 베를린 등 서방 도시의 객원지휘를 맡는 한편으로 전쟁 중인 고국을 오가며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그가 2016년 창단한 악단이다.
이번 내한 연주 첫 곡은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다.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으로 간명한 선율에서 시작해 긴장감을 쌓아가며 장대한 절정을 이룬다. 올해 3월 리니우가 지휘하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도이치 오퍼 베를린에서 세계 초연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투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