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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저축銀 임원간 혼맥 조사 검사가 준 커피, ‘윤석열 커피’로 둔갑”

입력 | 2023-09-04 18:07:00

대장동 대출 브로커 검찰서 진술
“저축銀 수사때 윤석열 이름 못들어
허위 인터뷰 김만배, 나중에 아니라 하면 된다 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뉴스1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인터뷰를 한 뒤 ‘대선이 끝난 뒤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대선 전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2과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 담당인) 박모 검사를 시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도 명백한 허위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검사는 윤 대통령과 무관하게 당시 조 씨에게 부산저축은행 임원간 혼맥을 조사하며 커피를 타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김 씨가 2021년 10월 초중순경 조 씨에게 “내가 (대장동 의혹을)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사건을 끌고 갈 거다. 그러면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고 (대선이 끝나고) 나서 사실이 아니었다고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진술을 최근 조 씨에게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 씨의 발언이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가짜뉴스 공작을 펼쳐 여론을 움직이겠다는 취지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 대통령이 조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켰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는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2021년 10월부터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매체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 김 씨와 신 전 위원장의 2021년 9월 15일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 인터뷰를 근거로 “대장동 몸통이 왜 윤석열과 박영수인지 드러나는 김만배 녹취록”이라고 주장했다. ‘봐주기 수사’ 탓에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종잣돈을 마련해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 씨의 인터뷰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대장동 사업에 큰 타격을 우려한 김 씨의 의도된 공작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 씨는 조 씨에게 “대선이 끝난 뒤에는 아니라고 해도 돌이킬 수 없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후 김 씨는 조 씨와의 통화에서도 “너도 형과 같이 멀리 가자”고 재차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은 김 씨가 자신의 허위사실 주장에 입을 맞춰달라고 조 씨에게 종용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조 씨의 진술과 당시 사건 조서 등 기록을 종합해 ‘윤석열 커피’는 김 씨의 가짜뉴스 공작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당시 박 검사가 조 씨에게 커피를 타준 것은 윤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수사 협조에 감사하는 표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박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부회장과 대표이사 자녀간 혼맥에 대해 묻기에 자세히 설명해줬고, 박 검사가 ‘바쁜데 와서 대답해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커피를 타준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관련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 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 씨를 담당했던 검사가 윤 대통령이 아니라 박 검사라는 걸 사전에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석열 검사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다”며 “당시 담당 검사는 박 검사”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1년 당시 조 씨 담당이었던 박 검사가 작성한 조서 등 수사기록과 조 씨 등의 진술을 비교하며 김 씨가 명백한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해 ‘대선 공작’을 벌였다고 보고 관련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 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에서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모두 대장동 대출과는 무관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김양 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로비스트 박태규 씨에게 17억 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 씨가 일부 금원의 전달책 역할을 했다는 취지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건에 대해서는 당시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적이 없었기에 '봐주기 수사'였다는 의혹은 성립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조 씨 등 대장동 관련자들의 일치된 진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7일로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김 씨에 대해 횡령 등의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는 의견서를 최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김 씨가 가짜뉴스를 만드는 과정에 민주당 인사나 이 대표 측이 개입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만간 신 전 위원장과 김 씨, 박 검사, 조 씨 등을 차례로 불러 의혹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