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런 주장은 환자들의 치료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기 치료와 재발 방지다. 치료받지 않은 시기가 길수록, 재발 횟수가 많을수록 잘 낫지 않는다.
우울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스트레스 때문에 느끼는 우울감일 뿐이고, 환경만 해결되면 저절로 사라진다고. 우울증이란 이름이 오해를 부르는 것 같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감을 느끼는 상태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뇌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생각, 감정, 의욕, 집중력, 수면 등의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 일상생활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이다. 우울감은 그 와중에 나타나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다.
재력이 생긴다고 해서 골절로 아픈 다리의 통증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똑같다. 일시적으로 우울감이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우울증의 회복은 별개의 문제다.
우울증은 명백히 존재하는 질환이다. 세로토닌과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감정과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의 네트워크 변화가 수많은 연구로 입증됐다. 신체 기관의 활성도를 볼 수 있는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에서도 우울증 상태의 뇌는 활성도 감소 소견을 보인다. 자살 생각이 심한 사람들의 뇌에선 이런 변화들이 더 크게 나타난다.
부정적 생각이 우울증의 핵심 증상이다. 나 자신과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린다. 잘 낫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금세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이 없다’는 허튼 말은 이 불안한 마음들을 더 뒤흔들어 놓을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다. 더 많은 분들이 우울증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낫지 않을 거라 포기하지 말고, 치료받으러 나오실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9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7만 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우울증은 존재하는가(https://www.youtube.com/watch?v=k9hpTsDBFME)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