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카피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광고 문구 중 하나다. 다국적 보석기업 드비어스는 1947년 내놓은 이 광고로 ‘결혼반지=다이아몬드’란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생산량을 줄여서라도 가격을 유지하는 고가 전략으로 유명하다. 그러던 드비어스가 고집을 꺾고 다이아몬드값을 낮추고 있다.
▷드비어스는 상품 가치가 높은 ‘셀렉트 등급’ 다이아몬드 원석 값을 최근 1년 새 40% 내렸다. 작년 7월 캐럿당 1400달러였던 원석이 올해 7월 850달러로 떨어졌다. 연구실에서 만드는 보석인 ‘랩 그론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LGD)’ 공급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LGD의 생산원가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3분의 1 수준이다.
▷LGD는 흑연에 고압·고열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2∼4주 만에 만들어진다. 성분이 자연산과 동일해 전문가가 아니면 감별조차 어렵다. 예전엔 ‘인조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가짜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가성비가 높아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다. 명품업체인 루이뷔통 모에에네시(LVMH)가 LGD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드비어스도 직접 제조에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6월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7.5캐럿짜리 LGD를 선물했다. “인도 연구실에서 태양열·풍력 에너지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든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인도는 해외에서 사들인 원석으로 세계에서 팔리는 다이아몬드의 90%를 가공해 파는 나라다. 러시아산 원석 수입이 끊기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이 때문에 논란을 피할 수 있는 LGD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LGD를 개발한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급 확대로 등급이 낮은 1캐럿대 다이아몬드 가격은 100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합리적,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청년들의 취향과 잘 맞는다. 작년 글로벌 다이아몬드 주얼리 시장에서 LGD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결혼반지가 진짜냐, 가짜냐를 따지는 게 의미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