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천씨 33년 수사록 정리 책 출간 “흉악범죄 마주하며 ‘성선설’ 믿게 돼 다만 범죄자 옹호-동조해선 안돼”
“요즘 ‘묻지 마 범죄’를 ‘이상 동기 범죄’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저는 ‘빈곤 동기 범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연쇄살인집단 ‘지존파’ 검거를 주도한 경찰 출신 고병천 씨(74·사진)가 33년 동안 경찰 생활을 하며 모은 수사록을 정리한 책 ‘엄마 젖이 달았어요’를 출간했다.
고 씨는 “오랜 형사 생활에서 수많은 흉악 범죄와 마주했지만 오히려 ‘성선설’을 믿게 됐다”며 “형사로서 만난 흉악범들의 범행 동기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현실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1976년 경기 수원에서 순경으로 입직해 2009년 은퇴한 고 씨는 경찰 경력 대부분을 강력계 형사로 살았다. 1994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으로 일하던 고 씨는 부유층을 겨냥해 엽기적 납치 살인 행각을 벌인 지존파를 검거했다. 보름 동안 부녀자 6명을 납치 성폭행해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온보현을 체포한 것도 그였다.
그는 출간 소감을 묻자 “일반 독자들에게는 범죄를 피할 수 있는 지혜를, 후배 경찰들에게는 더 좋은 수사를 할 수 있는 귀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