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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러, 김정은에 북중러 연합훈련 제의… 한미일 밀착엔 경고메시지”

입력 | 2023-09-05 03:00:00

러, 캠프 데이비드 이후 다채널 경고
北과 안보협력 수위도 높여 ‘압박’
정부 “하반기 中-러와 소통 늘릴것”
러 차관급 이달 방한 일정 조율중




국가정보원은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중-러 해상 연합 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우리 정부에는 한미일 밀착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규탄한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빌미 삼아 물밑에서 경고장을 보낸 것.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한반도에서 신냉전 체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하반기에는 중-러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겠단 기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일과의 안보·경제 협력 강화가 최우선”이라면서도 “한미일 공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중-러와도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소통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 러, 한미일 정상회의 후 우리 정부에 경고 메시지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18일 3국 정상회의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서방과의 밀착을 경고한다는 취지로 비공개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현지 언론을 통해선 대외적으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대치 중인 러시아는 한미일에 날을 세우는 동시에 북한과는 최근 안보협력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쇼이구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할 당시 북-중-러 해상 연합훈련에 대한 공식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국정원이 답변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9·9절(북한 정권 수립일)에도 고위급 대표단을 북한에 보내 노골적으로 친밀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앞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에서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주체로 중국이 처음 명시됐다. 중국은 이에 한미일 각국에 외교적 항의 표현인 ‘엄정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내 신냉전 기류가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하반기에 중-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의 경고는)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양자 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양국 정부 간에는 앞서 6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의 방러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이르면 이달 중 러시아 차관급 인사가 방한하는 방안도 조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역시 공급망 확보 등이 시급한 만큼 오히려 우리보다 양국 관계 회복에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엔 양국이 3년 만에 경제공동위원회를 대면으로 갖고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한중 정부는 올해 말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고위급 실무협의체도 이달 말 서울에서 가동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 “北, 전쟁 속전속결로 치르려는 의지 보여”

최근 북한 도발 양상에 대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외부적으로 볼 때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대응 성격의 모습을 보이긴 한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행보와 북한의 전력을 볼 때 만일 전쟁을 한다면 장기전은 불가능하고 재래식과 전술핵무기가 결합된 속전속결의 단기전으로 전쟁을 치르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고 답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의 해군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현재 400∼800m 사이 혹은 1500m 상공에서 지속적 폭발 실험이 있는데 전술핵 위력을 실험하는 것”이라며 “향후 대남 도발 시 그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