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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어미개 배 가르고 새끼 꺼내 판매’ 1426마리 학대한 강아지 공장

입력 | 2023-09-05 10:39:00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미니 말티스, 사진=화성시 번식장 구조단체연합 제공


동물보호단체 카라 등 20여 개 단체가 최근 경기도 화성시의 강아지 허가 번식장에서 심각한 동물학대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받고 정부 관계자, 경기도 동물보호팀, 화성시 등과 함께 세계최대규모인 1426마리의 피학대동물을 구조했다.

해당 업체는 동물병원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허가등록두수를 4배 초과한 1400여 마리로 무리한 번식을 했다. 개들은 미니 시츄, 미니 말티스, 극소형 푸들과 포메라니언 등 초소형 티컵 유행견종들로 종모견 또는 수출용은 마리당 300, 400만원, 김포소재 경매장으로는 60여만 원 대에 팔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개들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빈번히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 불능에 빠진 상태에서 불법안락사 의혹, 어미개가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문구용 커터 칼로 강제 개복해 새끼를 꺼낸 뒤 이를 판매하는 등 잔인한 수법으로 동물을 학대해온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어 공분을 사고 있다.

발디딜 틈 없이 밀집사육되던 번식견들, 사진=화성시 번식장 구조단체연합 제공



카라에 따르면 해당 업소의 모든 공간이 사육실로서 사람이 지나갈 통로조차 없거나 케이지를 3단까지 쌓아 올렸고 거의 모든 개들이 다른 개체와 분리되어 쉴 곳 하나 없이 오직 생산에만 집중돼 운영되어 허가영업장 시설기준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개들은 너무 작고 약해 구조 활동 중에도 기도폐색, 저혈당증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외모 위주 교배의 동물학대 폐해를 보여주고 있었다.

739마리라는 막대한 수의 동물들을 공동구조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생명이며 가족인 반려동물의 공장식 대량생산과 경매방식의 판매를 얼마든지 허용하는 현행 영업자 관리 규정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에 의한 동물 관리 및 복지에 점검 단속 강화가 시급함은 물론 생산업 사육 마릿수 상한제 도입, 경매업 퇴출 등 대량생산 대량판매를 제어할 수 있는 펫숍과 경매장 판매 금지 등 큰 틀에서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할 관청인 화성시에서 현행법에 따른 관리감독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숍인 숍 개념의 편법 영업에 의한 사상 초유의 1400여 마리 번식장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것은 화성시가 만든 인재”라고 강조했다.

피부병과 전신쇠약으로 치료중인 말티스, 사진=화성시 번식장 구조단체연합 제공



다만 동물단체들은 “지자체로서는 국내 최초로 경기도가 직접 발 벗고 나서 687마리를 직접구조, 개관을 앞둔 경기 반려마루 여주와 화성도우미견나눔센터로 구호 동물을 이송하였다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를 큰 틀에서 수용한 긍정적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환영 의사를 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구조견들의 입소 당일 여주 ‘반려마루’를 찾아 “경험이 많은 민간단체와 함께여서 든든했다. 이제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구조견들에게 좋은 입양처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동물구호 활동에는 민간단체 코리안독스KDS가 120여 마리를 전격 구조했고, 다른 20여 개 민간 동물보호단체들 역시 가능한 마릿수를 구호해 전원 구조 해냈다. 구호된 동물 중 일부는 수퍼빈의 경기도 화성 소재 아이엠팩토리에서 보호 장소를 제공함에 따라 일정 기간 계류하며 가족을 찾게 된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