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이미지 훼손 우려…법적 대응” 제작사 “기우일뿐…지역에 도움 될 것” 일각에선 “양쪽 윈윈 해법 없나”
“영화 ‘치악산’ 때문에 주민 불안과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치악산이라는 명산을 전 세계 영화 관객들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영화 ‘치악산’의 포스터. 도호 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주시와 지역 주민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치악산에서 18 토막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허구의 괴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로 인해 지역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최근 ‘트레킹 도시’라는 비전을 선포했고, 치악산 둘레길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또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특산물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몸이 단 원주시에 비해 영화 제작사 측은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이들은 원주시의 반응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반박한다. 또 창작성 작품인 치악산이 마치 공공성 이미지 훼손의 결과물인 것처럼 전파돼 본 작품의 개봉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주시보훈단체협의회 회원들이 4일 원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영화 ‘치악산’의 개봉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주시 제공
제작사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이뤄진 것은 인정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 반발은 예상하지 못했고,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돼 버렸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의 시작은 우리가 아니라 원주시다. 원주시가 문제 제기를 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당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화의 마케팅은 속칭 ‘대박’이 났다. 연일 언론에서 원주시와의 갈등을 보도하면서 영화는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순제작비 10억 원 미만이 투입된 저예산 영화로 알려진 치악산은 돈 안 들이고 엄청난 홍보를 한 셈이다.
영화 ‘치악산’의 한 장면. 도호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인모 기자
영화 흥행이 성공하고, 영화 덕분에 원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다. 영화와 지역이 윈윈한 영화 명단에 치악산이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중앙지법은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을 8일 오전 10시 진행한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