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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에게 중요한 건 ‘자기 암시’… 생각하는 대로 몸도 움직이더라”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환자 이야기]

입력 | 2023-09-06 03:00:00

삼중음성유방암
유방암은 전세계 여성암 발병률 1위… 15∼20%는 난치성 삼중음성유방암
경제-심리적 어려움 겪는 환자 많아
실제 환우인 박지연-이두리 대표, 사회 복귀 돕는 모임 만들어 활동




박지연 박피디와황배우 대표(왼쪽)와 이두리 삼중음성유방암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로서 투병 중이지만 ‘암을 넘어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모토로 암 경험자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의사·기자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의사·기자

여성 암 중에서 국내 1위로 발생하는 암은 유방암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유방암 중에서도 15∼20% 내외로 걸리는 난치성 유방암이 있는데 ‘삼중음성유방암’이다.

다른 유방암과 다르게 젊은 여성에게 많이 걸린다. 이에 암을 넘어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목표로 암 경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는 박지연 ‘박피디와황배우’ 대표(47)와 이두리 삼중음성유방암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35)를 만나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박 대표는 삼중음성유방암 3기이면서 자궁내막암, 뇌종양, 이렇게 세 개의 암을 겪은 8년 차 암 경험자이자 국내 첫 캔서테이너(암+엔터테이너)이다. 이 대표는 삼중음성유방암 4기로 현재 항암 치료를 4년 넘게 받으면서 투병 중인 환자이다.



―두 분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나.

“제가 삼중음성유방암 진단을 받고 밴드에서 친목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박피디와황배우에서 암 환자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인 ‘아미고 아미가’를 알게 됐다. 환우 몇 분에게 ‘우리 이거 보러 가자, 우리한테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해서 그 뮤지컬을 보게 됐고 암 진단 과정과 심적 변화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펑펑 울었다. 뮤지컬을 본 뒤 박 대표님을 찾아가 ‘제가 환우회를 만들 예정인데 나중에 오셔서 암 환자로서 경험에 대해 강의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게 인연이 됐다. 박 대표님이 우리두리구슬하나에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주시면서 환우회도 많이 성장하게 됐다.”(이두리 대표)

―삼중음성유방암도 굉장히 생소하다. 일반 유방암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유방암이면 유방암이지 무슨 음성이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을 것 같다. 삼중음성이라고 하면 ‘음성’이니까 암 중에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해 보면 너무나도 안 좋게 올라오는 것이 삼중음성유방암이다. 유방암에서 삼중음성이라고 하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her2) 이렇게 3가지 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방암을 말한다. 항암제가 주로 3개의 수용체를 공격하는 것인데 이러한 수용체가 없으니 치료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의학 정보도 많지 않아서 ‘치료제가 없다, 재발이 잘되고 예후가 좋지 않다’ 등 치료도 시작하기 전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막연한 불안과 편견에 맞서야 했다.”(이 대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시 어떤 점이 힘들었나.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을 많이 쓰지만 8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수술 전 항암제 치료를 하는 선항암 치료와 수술,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를 했다. 역시나 독성 항암 치료로 인한 머리카락, 손발톱이 곯고 빠지는 부작용 등을 겪었다. 이 밖에도 말초신경병증장애, 케모브레인 등 각종 신체적 부작용이 심했다.”(박지연 대표)

“2019년 3월에 진단을 받고, 선항암 6회 중 5회 하고 나서 더 이상 효과가 없어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항암제 치료 중에 전이가 확인돼 지금까지 총 80여 차의 항암제 치료를 진행했다. 지금은 앞으로 항암제를 맞기 위한 계획을 위해 잠시 쉬고 있다.(이 대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부담은 큰가.

“최근엔 키트루다, 트로델비 등 면역항암제와 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이 많지만 아직 면역항암제가 급여화되지 않아서 치료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가령, 키트루다의 경우 선항암 치료 8회, 후항암 치료 9회를 받을 경우 최소 7000만 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금액적인 부담은 결국 나 혼자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고 가족이 같이 감내하는 부분이라 심적 부담이 더 크다. 특히 면역항암제와 병용해서 사용하면 기존의 보험 적용이 됐던 독성항암제도 비급여화돼서 부담이 가중된다. 반드시 고쳐져야 하는 보험급여 부분이다.”(박 대표)

―암 환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암 환자분들이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신체적인 치료에 대한 케어는 정말 잘돼 있지만 암 치료 이후 케어에 대한 것, 특히 심리나 정서적인 부분, 예방에 대한 부분들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는 보건당국이나 병원 등에서 암 치료 이후에 대한 돌봄 부분에서 정책적인 배려나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암 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이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대신에 암 환자 스스로 바뀌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에 환자 역량 강화를 위해서 의료진이 참여하는 의학 세미나,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하는 환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매달 독서모임 등을 통해 교류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활동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박 대표)

―암 환우분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고.

“즐겁게 사는 거, 맛있는 거 먹는 것, 자기관리 잘하는 거 다 좋지만 환우분들에게 필요한 게 ‘자기 암시’라고 생각한다.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인다고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진짜 죽더라. 그리고 내가 오래 살 거라고 생각하면 오래 사는 건데 나는 한 번도 암으로 죽는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물론 나에게 남은 약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땐 걱정을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지겠지’라며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게 자기 암시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이 대표)





이진한 의학전문의사·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