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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다발지역 하루 3시간 도보로 순찰한다…“112 대응 어떡해”

입력 | 2023-09-05 11:49:00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2023.8.6. 뉴스1


지구대·파출소(지역 관서) 등에서 근무하는 지역경찰은 앞으로 범죄 발생이 잦은 3~4개의 거점을 정해놓고 1시간 단위로 이동하며 도보 순찰을 해야 한다. 산책로·등산로 등 범죄 취약 장소는 하루에 한번 가용 경찰력 모두가 집중 순찰에 나선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예방 활동 강화로 정작 112 신고 대응능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1시간 도보 순찰 후 다음 거점으로…산책길 2~3시간 집중순찰

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에 순찰차 근무 중 ‘거점순찰 근무’를 활성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역 경찰의 기존 순찰이 피상적 차량 순찰에 그쳤던 만큼 인파 밀집 장소나 신고 다발 지역 등 거점 장소를 선정해 주변을 도보로 순찰하라는 것이다.

거점은 주간에는 공원이나 여고 등하굣길, 대형 쇼핑몰 주변이며 야간에는 유흥가 밀집 지역이나 여성 대상 범죄·신고 다발 지역 등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순찰차 1대(2인1조)는 자신의 순찰 구역 내 3~4개 거점을 지정해 근무 시간 중 최소 3시간을 도보 순찰해야 한다. 첫번째 거점 순찰 지점에 하차해 30분간 순찰차 주변을 걸어 순찰한 후 거점지 주변까지 확대해 주민접촉 등 30분간 도보 순찰을 이어가는 식이다. 이후 다음 거점으로 이동해 똑같이 도보로 순찰한다.

거점 근무 시 시민들의 가시성 극대화를 위해 순찰차 경광등을 점등하고 경미한 내용이라도 용의점을 발견하면 검문·검색에 나서 범죄 기회를 사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특정 지역 관서에서 일하는 가용 경찰력 모두가 한 장소에 모이는 ‘집중 도보 순찰’도 시행한다. 순찰차 근무자와 상황 근무자를 제외한 도보 순찰 근무자 10여명이 산책길이나 등산로 등 범죄 취약 장소에 모여 1일 1회 2~3시간 동시 위력 순찰을 하는 것이다.

가용 경찰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경찰청은 중심지역관서제를 도입하고 주간 상황 근무를 개선하기로 했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 관서를 중심지역관서로 지정해 상대적으로 치안 수요가 적은 인근 지역 관서의 인력을 흡수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관을 나눠준 지역 관서는 2~3명이 상주하며 일반 민원 업무를 담당한다.

통상 한 지구대에 40명 내외, 파출소에 20명 내외가 근무하는데 중심관서제를 도입하면 지정된 지역 관서엔 100명 이상이 근무하게 된다.

지구대장과 순찰팀장 외에 1~2명의 상황 근무자가 지령이나 민원 업무 등을 담당해 온 지역 관서에서 앞으론 지역관서장과 순찰팀장이 상황 근무자를 맡도록 해 1~2명의 추가인력을 도보 순찰 인력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 112신고 대응력 약화·업무 과부하 우려…“실패했던 정책 되풀이”

경찰청은 흉기 난동 사건 등 이상동기범죄가 잇따르자 지역 경찰의 주 역할을 112신고 대응이 아닌 예방 순찰로 전환하겠다며 이같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역 경찰 상당수는 112신고 대응력 약화와 업무 과부하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도보 순찰을 할 경우 순찰차에서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112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지역 경찰의 임무가 순찰업무에 치우칠 경우 다른 업무능력이 약화하고 사건처리도 늦어져 민원인이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내부망에 올린 정책제언 글에서 “예방 순찰에 주력하면 좋을 듯 보여도 그만큼 112신고 처리에 소홀해 치안 활동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며 “또 다른 국민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일 것이라는 것은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이 치안전문가로서 신뢰감 있게 시책을 주도하기는커녕 비전문적 지시와 현장 의견 수렴이나 숙고 없이 과거에 이미 실패했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