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케이크 기계에 은닉한 마약류 케타민. (인천지검 제공) 뉴시스
해외에서 팬케이크 기계에 마약류인 케타민 7억여 원 어치를 숨겨 국내로 밀수하려 한 고등학생이 유럽 마피아 조직 집안 아들의 강요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군(18)의 법률대리인은 인천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류호중)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며 “(검찰 측) 증거도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별도로) 재판받고 있는 공범들의 진술은 다소 과장됐다”며 “피고인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고등학교의 동급생이자 유럽 마피아 조직 집안의 아들로부터 강권 받아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확인 후 다음 기일까지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A 군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직업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학생”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A 군은 지난 5월 26일 독일에서 팬케이크 기계 안에 숨긴 마약류 케타민 약 2.9㎏(시가 7억4000만 원 상당)을 국제화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두바이에 거주하던 A 군은 중학교 동창 B 군(18)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게 된 C 씨(31)에게 대가를 약속하며 케타민 밀수를 제안했다. A 군은 B 군으로부터 수취지 정보를, C 씨로부터 연락처와 개인 통관고유번호 등을 제공받아 독일 마약 판매상에게 넘긴 뒤 케타민을 한국으로 보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B 군과 C 씨는 A 군보다 먼저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따로 재판받고 있다.
케타민은 젊은 층에서 이른바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A 군 등이 밀반입하려 한 약 2.9㎏은 6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