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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그룹 새 얼굴 ‘오너 3세’가 직접 나섰다… 3세 경영 본격화

입력 | 2023-09-05 14:26:00

K-라면 올해 ‘환갑’ 맞아… 시작은 삼양라면
삼양식품, ‘불닭’으로 제2의 전성기… 올해 매출 1조 전망
최근 그룹 CI 새단장… 이젠 제3의 전성기 준비
전병우 삼양애니 대표, CI 리뉴얼 직접 참여




삼양식품그룹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인스턴트 라면이 올해 환갑을 맞이한다. ‘불닭볶음면’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연내 매출 1조 원 달성까지 가시권에 두고 삼양식품은 최근 그룹 및 지주사 CI를 ‘삼양라운드스퀘어(Samyang Roundsquare)’로 바꾸며 제3의 전성기에 시동을 걸었다.

꿀꿀이죽에서 착안… 국내 1호 라면의 탄생

1963년 9월 15일 삼양식품이 출시한 국내 첫 인스턴트 라면. 사진=삼양식품 홈페이지


국내 1호 라면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1960년대 초 남대문 시장에서 사람들이 5원짜리 꿀꿀이죽(미군 부대에서 먹고 남은 잔반을 끓여 만든 잡탕)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을 보고, 식량난의 해결책으로 일본에서 먹어본 라면을 떠올렸다. 그는 일본 묘조(明星) 식품에서 기술과 기계를 도입해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을 내놓았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밥이 주식이던 식습관을 밀가루로 바꾸는 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양식품 직원들이 공원 등지를 돌며 무료 시식행사를 열기도 했다.

삼양라면이 국내 면의 대표주자가 된 건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정부가 보릿고개를 극복하기 위해 ‘혼분식(混粉食) 장려책’을 펼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주식회사의 ‘롯데라면’이 출시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밖에도 ‘풍년라면’(풍년식품), ‘닭표라면’(신한제분), ‘아리랑라면’(풍국제면) 등 다양한 회사에서 라면 제품을 쏟아냈다.

‘우지 파동’ 위기, 불닭으로 제2의 전성기

‘공업용 우지’로 라면 등을 만든 식품업체 관계자 10명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한 1989년 11월 4일자 동아일보 1면.


어려움도 있었다. 삼양식품을 비롯한 라면 업계는 1989년 ‘쇠기름(우지·牛脂) 파동’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다’는 익명의 투서가 검찰에 전해지면서, 기업 관계자들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사실 쇠기름을 공업용으로 분류한 건 미국 기준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에선 내장과 사골을 먹지 않기 때문에 이를 식용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것. 사건은 1997년 대법원이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삼양식품의 무죄를 확정하면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 라면은 한국인 한 명이 연 평균 75개를 먹는 K-푸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130여 개국으로 판매되는 효자 상품이기도 한 라면은 올해 6월 4억4620만 달러 수출됐다.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보다 16.4% 증가한 수준이다.


삼양식품도 2012년부터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특유의 매운맛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아 9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실적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불닭볶음면 수출을 본격화한 2016년 3593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09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7월에는 불닭 브랜드 누적 판매량 50억 개, 누적 매출액 3조 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너 3세 나서 CI 새 단장… 제3의 전성기까지 준비

삼양식품그룹의 새로운 CI ‘삼양라운드스퀘어’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삼양식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 7월 그룹 및 지주사 CI를 ‘삼양라운드스퀘어(Samyang Roundsquare)’로 바꾸며 제3의 전성기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하늘‧땅‧사람을 풍족하게 만든다는 기업 철학 ‘삼양(三養)’과 심신의 허기를 채우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음식을 의미하는 ‘라운드’, 혁신 및 질서로 삶을 개선하는 과학을 뜻하는 ‘스퀘어’가 합쳐져 탄생했다.

또한 CI 리뉴얼과 함께 삼양냉동, 삼양프루웰, 삼양목장, 삼양THS 등 계열사 4곳의 사명을 각각 삼양스퀘어밀, 삼양스퀘어팩, 삼양라운드힐, 삼양라운드어스로 변경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그룹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미래 먹거리 창출, 80억 명의 세계 라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글로벌 체제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 삼양식품 제공


특히 이번 CI 리뉴얼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애니 공동대표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CSO)을 겸직 중인 전 대표는 올해 초 영국 출장에 직접 참석, 디자인 컨설팅 회사 ‘펜타그램(Pentagram)’의 런던 지사를 방문하면서 업체 선정 및 CI 리뉴얼 협업을 위해 의견을 개진했다.

콜롬비아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전 대표는 새로운 방향성의 기업철학과 비전도 직접 제시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새 비전은 ‘삶과 미래를 채우는 자양분이 되는 기업(Food for Thought)이다. 식문화를 중심으로 더 풍성한 내일을 위해 세상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마음의 양식이 되는 먹거리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그룹명 및 CI 리뉴얼을 계기로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9년 9월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 경영관리 부문 이사로 승진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삼양식품그룹의 지적재산권(IP) 콘텐츠와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삼양애니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근 삼양애니는 디즈니, 샌드박스네트워크 출신 정우종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두 공동대표는 삼양식품 불닭 IP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동남아시아, 중국, 북미, 유럽 등 불닭 주요 시장의 DTC(Direct To Customer) 커머스 모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후 캐릭터 등 콘텐츠를 매개체로 삼양식품 브랜드를 더욱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자체 IP 사업 안착에 집중할 계획이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