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최대 규모 바람꽃 다육식물원 채민정 대표 개당 5000∼3000만 원 … 다양한 품종 재배 지난해 4억 원 매출, 70% 수출 차지
세종시에 있는 바람꽃 다육식물원의 채민정 대표는 “어머니의 소중한 유산을 물려받아 내실 있게 키워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바람꽃 다육식물원 제공
세종시 금남면에 있는 식물원에는 2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것은 모두 다육식물이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중부권 최대 규모의 다육 농장이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에서는 2000여 종의 다육식물이 자라고 있다.
채민정 대표는 주변에서 ‘다육이 엄마’로 통한다. 그녀도 이 별명이 싫지 않다. “2000여 개의 다육이를 다 구별할 수 있느냐”란 질문에 채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다육(多肉)은 사막, 높은 산 등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생존을 위해 줄기 잎 뿌리 등에 많은 물을 저장한다. 물을 포함하고 있어 외관이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다육식물로는 선인장이 있다. ‘가시가 있으면 선인장, 가시가 없으면 다육식물’이라는 구분법이 통용되기도 한다.
이 식물원에서 자라는 다육식물은 개당 5000원에서 3000만∼5000만 원의 고가 품종까지 다양하다. 1만 원 이하의 품종이 인기가 높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키우는 다육식물은 크게 수출용, 인터넷 판매용, 일반 판매용으로 나뉜다. 가장 매출이 큰 것은 수출용이다. 지난해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70%에 해당하는 2억8000만 원은 수출에서 나왔다. 수출의 80∼90%는 미국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한국산 다육식물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예쁘기 때문입니다. 온도 습도 바람 등 국내 기후 여건이 좋아서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선명해서 키우는 재미가 큽니다.”
요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관상용으로 다육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육 애호가들이 말하는 가장 큰 장점은 “키우기가 쉽다”라는 것이다. 1개월에 1번 정도 물을 주면 된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에서는 2000여 종의 다육식물이 자라고 있다.
“화분과 흙은 배송하지 않습니다.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다육을 화분에서 분리해 말립니다. 일주일 정도 충분히 말려줘야 오염 걱정이 없습니다. 말린 다육을 휴지로 단단하게 포장해 박스에 넣어 배송합니다. 수출용은 식물 검역을 받아 검역증을 발급받고, 수출 서류를 작성합니다.”
재배, 마케팅, 배송 등 모든 업무를 채 대표 혼자 담당한다. 다른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도와주기도 하지만 주요 사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채 대표 몫이다. 또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힘든 줄 모르는 것은 이곳이 어머니의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채 대표의 어머니는 국내 1세대 다육 전문가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을 처음 만들었고, 5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온라인 다육 카페를 운영하다가 올해 초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채 대표는 그동안 아픈 어머니를 도우며 식물원 업무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세종시 청년농업인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거창한 포부를 밝히기보다는 내실 있게 키워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다육식물을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 꿈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