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두려움 극복이 가장 필요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복직을 준비하는 엄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갖가지 모호한 내 안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걱정과 불안은 아이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이다. 우선 그것을 인지해야 한다.
아주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는 아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적응한다. 그 과정이 좀 매끄러운 아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을 뿐이다. 오래 걸리는 아이가 있고, 짧은 아이가 있을 뿐이다. 너무 매끄럽지 않거나 오래 걸린다면 그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도움을 좀 받으면 된다.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예측할 수는 없다. 결국은 겪어야 해결된다. 겪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된다.
어떤 엄마는 절실한 눈빛으로 “원장님, 저 정말 복직해도 될까요?”라고 묻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더 중요한 것의 선택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아이의 상태가 어떤가, 크게 치료해야 할 질환이 있는가, 부모가 붙어서 도와줘야 할 문제점이 있는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휴직을 더 연장해야 한다. 휴직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어렵지만 퇴사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나 엄마나 중간 적응 과정의 어려움은 견뎌야 한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집에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결정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엄마 자신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고, 모든 여건이 집에 있어도 된다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역할을 하고 싶다. 일하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라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나쁜 엄마는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한테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 같이 보여지는 상황만이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는 아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한 선택은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택이 어렵다면 나중에 자신이 조금 덜 후회하게 될 길이 어느 쪽일까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루 종일 함께 있던 엄마가 직장에 가면, 처음에는 아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칠 수도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아이를 봐 줄 분이 믿을 만하다면, 아이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봐주는 분도 아이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발달상 큰 문제가 없으면 좀 예민하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우리 안의 불안이다. 지금 복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무엇보다 나의 불안을 잘 보고 있어야 한다. 그 불안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 걱정되는지 쭉 적어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정말 지금 걱정할 것인지 따져봤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