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12곳 중 1곳만 직무급제 도입 임금삭감 등 이유로 노조가 반대 도입 1곳도 ‘무늬만 직무급’ 수준 “체감 인센티브 늘려 도입 유인을”
정부가 노동 개혁 과제의 하나로 ‘직무급제 확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노동조합의 반대로 직무급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직무급 도입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부터 먼저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용부 산하 기관 사실상 ‘직무급 제로’
정부는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하는 일반 직원까지 직무급을 도입해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직무급 도입 기관’으로 인정한다. 유일하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을 도입한 산업인력공단 역시 호봉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직무급은 일반 직원 1인당 월 1만5000원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아 사실상 ‘무늬만 직무급’ 수준이다.
직무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연공급)와 달리 각자 맡은 직무의 난이도와 책임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정하는 임금체계다.
정부는 초고령사회와 산업환경 변화에 맞춰 직무에 따라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직무급제를 확산하는 것을 노동 개혁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직무급 도입이 고용부 산하 기관들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산하 기관들은 직무급을 도입하지 못한 이유로 대부분 ‘노조의 반대’를 꼽았다.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하는데 노조가 거부한다는 것이다.
● “노사 스스로 도입할 유인 확대해야”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 공기업·준공공기관 130곳을 점검한 결과 직무급을 도입한 기관은 55곳(42.3%)에 불과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직무급 도입을 주요 과제로 추진했지만 노조 반대에 부닥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단체교섭권 침해”라며 “직무급제 강요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기재부는 “임금체계는 노사 합의로 결정할 문제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 추진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조 동의가 없으면 무효”라는 법원 판결 뒤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노사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체 공공기관 총인건비 예산 내에서 도입 기관과 미도입 기관에 대한 인건비 분배 차이를 확대해 노사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