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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도록 위층 쿵!쿵! 소리… 5개월 태아에 영향 줄까 걱정[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3-09-06 10:00:00

게티이미지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스트레스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는 말입니다. 결코 엄살이나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정신 질환 치료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임산부는 더욱 예민합니다. 자신의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까 안절부절입니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유산이 사례도 있었습니다.

윗집(때로는 다른 이웃)에 이야기해봐야 말이 안 통할 때는 일단 자구책을 마련하지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소음과 진동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합니다. 한편으로는 아파트관리사무소 등을 통한 중재 요청도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필요하면 관련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임신 5개월 예민한 상태인데, 윗집에서는 밤늦도록 쿵! 쿵!

올해 3월 남편, 여섯 달 갓난 아기 그리고 5개월된 뱃속 아기와 함께 경기도 고양시 S아파트에 이사 온 임산부 주부입니다.

아기 자는 시간에 맞춰 밤 10시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10시반 경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 심해 아기가 자다 깨서 울고 남편과 저도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늦은 시간인 줄 알지만 할 수 없이 윗집에 인터폰을 했습니다. “지금 천장이 많이 울리는데 조금만 자제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주의시킬게요”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습니다.

며칠 후 또 소음이 심하게 났습니다. 인터폰을 통해 직접 찾아가서 잠깐 뵙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좋다고 해서 위층으로 올라가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주의시키겠다고 말 하던 때와 달리 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식구들에게 전부 까치발 들고 다니라고 해야겠다”면서 비아냥거리는 투의 말만 듣고 내려왔습니다. 혹시나 아기가 너무 어려서, 내가 임신해서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것이 아니었나는 생각에 참고 참고 또 참았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게 5개월된 뱃속 아기입니다. 위층 때문에 밤을 샌 지난 토요일에는 아랫배가 쥐어짜듯이 아파서 혹시나 뱃속 태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산모와 태아에게 가장 안좋은 소음은 예상 못하는 순간적인 고음이라고 합니다. 층간 소음은 경우 진동과 함께 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소리가 벽을 치는 경량충격음이 아니라 직접 벽을 쳐서 나는 중량 충격음이기 때문에 심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태아가 소음에 놀라게 되면 양수를 삼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삼킨 양수는 다시 채워지지 않아서 ‘양수 과소증’에 걸릴 수 있으며 저체중의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산모의 스트레스는 한번 더 양수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아기의 발육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위층의 층간소음으로 자려고 누운 순간부터가 저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소리 안 나고 조용할 때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조바심까지 생겼으며 잠들어도 깊게 못 자고 쿵쿵 발걸음 소리에 밤새 몇 번씩 깨어 잠들 제대로 못 자고 있어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고 있습니다.환청에 배속 태아까지 걱정됩니다.

한번은 10시 40분부터 천장에서 울리는 소음과 진동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폰을 하기도 망설여지고, 직접 올라가기는 더욱 겁났습니다. 위층집 현관문에 쪽지를 붙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붙이려고 올라갔다가 한번 더 참아보자고 하고 내려왔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소리가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내용으로 쪽지를 붙이고 내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1001호입니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천장이 많이 울립니다.
늦은 시간대에는 주의 부탁 드립니다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밤늦게 부터 날 밝을 때까지 불규칙하게 왔다갔다 발걸음소리가 너무 너무 커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였습니다. 새벽 1시 넘어 힘들게 잠들었는데 쿵쿵 발걸음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3시 조금 안 되었고 다시 잠들어 또 소리에 깨어 시간을 보니 4시 50분 그리고 날이 밝았습니다.

얘기를 할까 하다가 오늘은 조용하겠지 했지만 다음날인 일요일 역시 새벽에 불규칙한 그 발걸음 소리, 무언가를 끄는 소리, 무언가를 쿵쿵 놓는 소리가 가끔 들렸고 이젠 환청까지 들립니다.일주일 7일 중 그렇게 잠을 설치는 날이 5일 이상입니다.

오죽하면 남편이 그동안은 “층간소음으로 살인도 난다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 참으라”고 했는데 지금은 “신고하라”고 합니다.

오전에는 서로 준비하고 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참는다 쳐도 오후, 밤에는 발소리는 너무나도 크게 들립니다. 애들보다 어른들의 발걸음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도대체 남들 자는 밤 11시나 12시에 뭘하길래 분주하게 움직이며 크게 소리를 내는지 궁금하면서도 이해가 안됩니다. 밤 10시 이후에는 발걸음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임신 기간에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 등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이로 인해 태아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주민이 층간소음의 스트레스로 아이를 유산하고 그 억울함을 풀 길이 없어 매일 밤 윗집 현관문 앞에서 무언의 항의를 하며 서 있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정식 해결 절차를 통하면 좋겠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가 있습니다. 우선 뱃속 아기를 생각하면 층간소음의 피해가 있는 집을 떠나 당분간 안전한 장소(친정, 호텔 등)로 피하길 권합니다. 만약 이 방법이 어렵다면 현재 집에서 소음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소를 살펴 그 방의 벽과 천장에 석고보드를 두 겹 설치하기를 추천합니다. 비용이 좀 들기는 하지만 현재의 층간소음을 상당히 줄여 줄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층간소음을 사전에 녹음한 뒤 아파트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들려주고상담을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피해가 가장 심한 밤 10시 이후의 소음발생에 대해 주의를 줄 것과 윗집에 두께 5cm 이상의 매트를 현관에서 안방으로 가는 통로, 부엌으로 가는 통로에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하십시요. 그리고 가급적 위층과 직접 대면하시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