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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공격 막기 위해”…폭격기 위에 타이어 쌓아놓은 러軍

입력 | 2023-09-06 11:22:00


TU-95 전략폭격기에 타이어를 쌓아놓은 러시아 항공우주군. 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러시아 항공우주군(공군)이 최근 자폭 무인 드론의 공습을 받아 전략 수송기 4대를 잃은 가운데 기지에서 운용하는 전략 폭격기를 자동차 타이어로 덮은 모습이 포착돼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위를 드론공격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보고 있다.

5일(현지시각)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위성 사진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 엥겔스 공군기지의 위성 이미지에 따르면 Tu-95 전략 폭격기 두 대의 기체에 자동차 타이어가 장착된 모습이 담겼다.

전략 폭격기 몸체와 날개 위에는 커다란 타이어가 빼곡하게 올라가 있었고 매체는 이같은 모습에 대해 “항공기에 타이어가 장착된 이유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엥겔스 공군기지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 Tu-95와 Tu-160가 배치된 곳이다. 해당 기지는 지난해 12월 적어도 두 차례 드론의 공격을 받아 전략 폭격기 2대와 다른 항공기, 인명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드론 공격을 받은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략 폭격기 여러 대를 다른 공군 기지로 옮기라고 명령한 바 있다.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NV)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 또한 비슷한 위성 사진을 제시하며 “비행기 위에 장착된 타이어는 드론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연료 탱크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같은 러시아 공군의 행위를 우크라이나 드론에 대한 방어 조치인 동시에 야간에 항공기 탐지 가능성을 줄이려는 임시방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드론 제조업체 원웨이 에어로스페이스의 CEO 프란시스코 세라 마틴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방법은 피해를 줄이는 측면에서 제한적인 효과밖에 없다”며 “비행장 배치된 전략 항공 자산의 열 신호를 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할 수 있다”고 전했다.

TU-95 전략폭격기에 타이어를 쌓아놓은 러시아 항공우주군. 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항공기와 선박을 추적·연구하는 전문가인 스테판 왓킨스는 “타이어는 공중 폭발 후 비행기를 손상시킬 수 있는 잔해로부터 비행기를 보호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아주 어리석은 시도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쉽게 표적이 될 수 있는 항공기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는 것 같다. 이것이 작동할지는 미사일이나 드론이 어떤 종류의 탄두를 쓰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와 인터뷰를 한 항공학자는 “날개와 동체 상부 일부를 이런 식으로 덮는 이유는 완전히 명확하지 않지만 자폭 드론의 공격으로부터 귀중한 폭격기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렇게 한곳에 많은 양의 타이어를 뒀다가 화재 상황이 발생하면 더 위험할 수 있다. 타이어에 불이 붙으면 매우 뜨겁게 타면서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NATO 군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조치가 드론으로부터 (전략 폭격기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정한다”며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