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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남편에 저항하다 팔에 상처 냈는데 폭행죄?”…헌재 “정당방위”

입력 | 2023-09-06 12:35:00

ⓒ News1 DB


부부싸움 도중 남편의 폭행에 저항하다 손톱으로 남편의 팔을 할퀸 아내에게 검찰이 폭행 혐의 유죄로 인정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월22일 오전 주거지에서 남편 B씨와 부부싸움을 했다. 9시4분경 B씨는 ‘여자가 행패 중’이라는 내용으로 112 신고를 했다. 6분후 A씨는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119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남편 B씨의 오른팔에서 긁힌 모양의 상처를 발견했다. 한편 이 다툼으로 아내 A씨는 전치 4주의 허리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검찰은 쌍방 폭행을 인정해 남편 B씨는 상해, 아내 A씨는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A씨는 이같은 검찰의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폭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녹취 파일 등 증거에 의하면 B씨가 먼저 위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했고, A씨의 폭행은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A씨는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약 28일 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교적 중한 상해를 입었음에도 이에 대항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경미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여성인 A씨가 남성인 B씨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피해자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라면서 “A씨의 행위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폭행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은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최근 묻지마 범죄 등의 확산으로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재는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