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블라인드 계정을 편법을 통해 만드는 과정. 경찰청 제공
지난달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강남역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예고글을 올려 논란이 됐던 ‘경찰청’ 소속 계정이 5만원에 거래된 위조 계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은 지난 1일 이같은 가짜 계정을 만들어 판 A 씨(35)를 정보통신망법상 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A 씨로부터 해당 계정을 구매해 칼부림 예고글을 올린 B 씨(30대 중반)를 협박과 정보통신망법상 침입, 경범죄처벌법상 관명사칭 혐의로 구속 송치한 바 있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는 문제의 계정을 포함해 회사·공공기관 소속인 것처럼 꾸민 블라인드 계정 100개를 생성해 100명에게 1 계정 당 4만~5만 원씩 받고 팔아 500만 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존재하지 않는 경찰청 e메일 주소를 이용해 ‘경찰청’ 소속으로 표기되는 블라인드 계정을 만들었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소속 회사나 공공기관 등의 e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해당 e메일 계정을 통해 블라인드 측에서 보낸 메일을 통해 인증해야한다.
하지만 A 씨는 블라인드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경찰청 소속이 아닌데도 ‘@police.go.kr’로 끝나는 가상의 e메일 주소를 입력했다. 존재하지 않는 e메일을 입력했으니 블라인드가 전송한 메일을 받을 수 없고 메일 안에 있는 ‘인증하기’ 버튼을 클릭할 수도 없었다. 대신 A 씨는 ‘인증이 잘 안되시나요?’ 버튼을 클릭하는 등 인증을 우회하는 수법으로 경찰청 블라인드 계정을 확보했다.
블라인드 앱에서 경찰을 사칭해 흉기난동 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 회사원 B 씨가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동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A 씨가 불법계정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현재 막힌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올해 초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대상이 된 회사의 정보를 탐색하던 도중 가짜 블라인드 계정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 건과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생성된 계정이 추가로 존재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블라인드 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관계자는 “사칭 계정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정기적으로 조사 중이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정에 가입하면 영구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계정 사칭을 통한 불법적인 활동에 대해선 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문제가 되기 전 게시글을 숨김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