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은 자신과 서로 닮은 점이 많은 이성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타냐 호위츠(Tanya Horwitz) 박사 과정 연구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학(Nature Human Behavior)’에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서로 사랑하는 커플 간에 82~89%는 유사성이 있었으며, 단 3%만 다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1903년부터 2022년까지 100년 이상에 걸친 수백만 건의 남녀 파트너십과 관련된 200개 논문에서 22가지 특성을 얼마나 공유하는지 분석했다. 이후 영국 바이오뱅크(Biobank) 표본에 등록된 7만 9074쌍 이성 커플의 133개 특성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또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금주하는 사람 등 자신의 습관을 공유하는 사람과 더 협력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커플은 비슷한 출생 연도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으며, 성관계 파트너 수, 모유 수유 여부 등에서도 유사점을 보였다.
다만 키, 몸무게, 건강 문제, 성격 특성 등은 커플마다 제각각이었다. 특히 외향성이나 내향성과 같은 성격 특성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위츠 박사는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에게 끌리는지 혹은 외향적인 사람에게 끌리는지에 대해서는 선호가 각각 다를 수 있다. 이는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반반인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유전학의 많은 모델은 인간의 교배가 무작위라고 가정해왔지만 이번 연구는 이 가정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이번 연구는 사랑하는 연인끼리는 핵심 신념, 가치관, 취미 등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전 연구에 더 힘을 싣게 됐다. 같은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커플이 될 확률이 높았다. 같은 지역에서 자라거나, 특정 소수의 친구 및 집단과 어울리는 등의 공통점이 있다면 커플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커플이 공통점을 기반으로 결합하려는 경향은 미래의 극단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사람들이 다른 키가 큰 사람과 짝을 이루고, 키가 작은 사람들이 다른 키가 작은 사람들과 짝을 이룬다면 다음 세대에는 인구의 키 분포가 극단으로 나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사회적 습관이나 다른 특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람들이 점점 더 학력이 비슷한 사람과 짝을 짓게 되면 사회경제적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