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도 참석했다. 북한 해외 노동자 대부분이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된 상황에서 북한 노동자 송환에 소극적인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리 총리 앞에서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주된 자금원으로 떠오른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탈취 행위도 주로 중국을 거점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 앞에서 “북한은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한 윤 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를 날리는 동시에 전보다 더 강한 어조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尹, 정상들에게 북-러 무기거래 연이어 비판
윤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비공개회의에서는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북-러 무기거래에 대해 정면으로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약 10분동안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 금지 등 유엔 안보리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려선 안된다”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북한과 무기거래하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이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아세안이 계속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는 미얀마를 제외한 9개 아세안 회원국과 옵서버(참관국)인 동티모르 정상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북-러 불법 무기 거래를 강력 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쥐스탱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북한 제재 이행을 위한 내용 관련 작전이나 협력을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尹, ‘아세안 중심성’ 확고한 지지 표명
2년 연속으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아세안 중심성’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며 구체적 협력 방안 마련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국방·방산 분야는 물론이고 사이버안보, 마약, 테러 등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한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며 “디지털,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시티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맞는 2024년 양측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것을 제안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아세안 청년들의 인공지능(AI) 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와 데이터 공동 축적‧활용을 위한 초고성능 컴퓨터 구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사업’도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미래 혁신을 주제로 아세안 역내 전기차 생산 기반 구축,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 의지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등에는 전기차 관련 필수 소재인 니켈 등 핵심광물이 풍부해 협력 기대 효과가 크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자카르타=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