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양종희-허인 모두1961년생 金, 베트남서 ‘금융권의 박항서’ 불려 梁, LIG손해보험 인수 주도 ‘재무통’ 許, 국민銀 첫 은행장 3연임 ‘영업통’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수장이 사실상 내일 확정된다. 회장 자리를 두고 1961년생 동갑내기 세 명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보마다 각자의 강점과 이력이 뚜렷해 결과를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회장 후보군으로 뽑힌 3인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회추위는 인터뷰 직후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자 1인을 뽑을 예정이다.
회추위는 지난달 29일 후보군을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HD)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상 가나다순) 등 3명으로 압축한 바 있다. 차기 회장 후보 3인은 모두 1961년생으로 62세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금융인으로서 밟아온 이력과 강점은 각양각색이다.
KB금융 내부 출신인 양 부회장과 허 부회장은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며 경력을 쌓아 왔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양 부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며 KB금융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KB손해보험의 초대 대표이사로 합류해 5년간 이끌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업계 상위 회사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양 부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1월 가장 먼저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반면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설립 최초로 은행장을 세 번 연임한 뒤 부회장에 오른 ‘영업통’이다. 은행장 재직 당시 디지털 부문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리딩 뱅크’ 자리를 되찾아오는 성과를 거뒀다.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면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최종 후보자가 일련의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회추위, 이사회가 12일 추천 절차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차기 회장은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11월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의 회장이 9년 만에 바뀌는 것인 만큼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 경영 승계 시스템을 이어갈 내부 후보에게 힘이 실릴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