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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햇빛-갈라진 땅의 질감… 오르간 협주곡에 담았어요”

입력 | 2023-09-07 03:00:00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 내달 공연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운 화음
오르간의 색깔에 푹 빠졌어요”




“매끄럽고 선명한 화음이 뿜어져 나오는 오르간의 색깔에 매혹돼 오르간 협주곡을 쓰기 시작했죠. 작업하면서 보다 다양한 음색들을 알게 됐고,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9·사진)이 자신의 오르간 협주곡을 스스로 지휘해 선보인다. 최재혁은 10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매일클래식 3―시간과 공간’ 콘서트에서 자신이 이끄는 실내악단 앙상블블랭크를 지휘한다. 초연곡인 오르간 협주곡 외 찰스 아이브스 ‘대답 없는 질문’, 스티브 라이시 ‘여덟 개의 선’ 등 20, 21세기 곡들과 이호찬이 협연하는 비발디 첼로 협주곡도 연주한다.

그는 2020년부터 오르간 협주곡을 구상했다. 작곡을 할 때 이 곡이 초연될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을 상상했다. “롯데콘서트홀은 울림이 긴 편이어서 여러 소리를 섞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곡을 쓰고 싶었던 그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버전도 함께 작곡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앙상블블랭크를 위한 실내악 버전을 선보인다.

20대 초반에 쓴 곡과는 다소 결이 다를 거라고 그는 말했다. “예전엔 비슷한 게 반복되면서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는 음악을 썼습니다. 다른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화가 마르코스 그리고리안(1925∼2007)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죠.” 가뭄이 와서 땅이 갈라진 듯한, 울퉁불퉁하고 금이 간 질감의 그림이었다. “폭력적일 수도 있는 이 텍스처를 음악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에서, 속도감 있고 다양한 화성과 소음까지 곡에 집어넣게 됐죠. 예전에 가졌던 미학과 잘 섞어보자는 마음으로 작곡을 했습니다.”

시끄럽고 ‘폭력적’이기만 한 곡은 아니다. “이 곡을 쓰던 중 이탈리아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날씨도, 경치도 좋았어요. 그때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쳐 나왔죠. 화려하고 약간 붉은빛을 띤 그 빛을 소리로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도 들어 있죠.”

최재혁은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에서 석사를 취득했고 베를린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받았다.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이자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지휘자로서 2018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객석을 세 개로 나뉜 악단이 둘러싸는 슈토크하우젠의 ‘그루펜(그룹들)’을 유명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 등과 함께 지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새로운,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앙상블블랭크를 21세 때인 2015년 창단해 이끌고 있다.

2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