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구대-파출소 경찰 대상 이르면 11일 착수… 현장역량 키워 “고연차 절반, 시스템 입력도 못해” 일선에선 “적폐 취급하나” 반발도
경찰청이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을 대상으로 조만간 대규모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치안 중심’ 조직개편을 앞두고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해 일선에서 일 안 하는 선임 간부를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선에선 “고생한 일선 간부들을 적폐 취급한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 “선임 간부 절반은 시스템 입력도 못 해”
경찰청은 일선 경찰을 대상으로 다음 주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 활용 실태 점검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무에 약한 현장 인력 상당수는 고령, 고연차 간부(경위·경감)”라며 “감사에는 최근 흉악 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장 근무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지휘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르면 11일부터 사건 관리, 증거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최근까지 5, 6차례 일선에 감사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특히 조직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달 말에는 지방경찰청과 지역 경찰서장 등에게 “현장 인력 교육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면 책임을 묻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 8월 기준으로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의 간부(경감·경위) 비율은 51.8%로 절반이 넘는다. 반면 가장 낮은 계급인 순경은 16.5%, 두 번째로 낮은 경장은 16.9%에 불과하다. 간부들이 일선 경찰의 과반을 차지함에도 이들 중 일부는 간부라는 점을 내세우며 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고연차 간부가 젊은 직원들에게 일을 떠넘기는 문화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업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도 적지 않다. 상당수의 고연차 경감은 킥스 등 기본적인 전산시스템조차 제대로 못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30대 경찰은 “그동안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경험에 비춰 보면 50대 간부 경찰 중 절반가량은 킥스를 거의 다룰 줄 모르더라”라고 했다.
● 지구대 파출소 인력 1000명 안팎 늘릴 듯
하지만 인원이 늘더라도 일선 근무자의 역량이 지금보다는 높아지지 않으면 ‘치안 강화’라는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는 게 감사를 결정한 경찰 지휘부의 판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사에서 역량이 부족한 현장 근무자가 적발될 경우 현장 지휘관급 간부인 경찰서장 등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선 ‘선임 현장 간부’를 겨냥한 감사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지구대에서 일하는 50대 경감은 감사 소식에 “그동안 고생한 선임 경감들을 적폐 취급하면 누가 현장에서 일하고 싶겠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