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밀착] 2019년엔 ‘체제 보장’ 등 원론 의제 고립된 러-푸틴 위상, 당시와 달라 北 노동자 러 파견확대 논의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도연방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P 뉴시스
“2019년 정상회담과 장소, 플레이어만 같을 뿐 의제나 성격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2일 개최가 유력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장소는 러시아, 플레이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같지만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다시 만날 두 정상이 논의할 내용은 그때와 전혀 다를 거란 의미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회담 동향이 추가로 파악되진 않고 있다”면서도 “두 정상이 만난다면 무기·식량·에너지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포탄 등의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와 위성·핵추진잠수함 등을 위한 첨단 기술이 필요한 북한 간 무기 관련 논의뿐만 아니라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 수출 등까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대북 식량·에너지 수출 비중 있게 논의할 듯”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처음 만난 2019년 회담에선 핵심 의제가 비핵화나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등이었지만 12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정상회담 의제는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당시엔 미국으로부터 뺨 맞은 김정은이 형님 모시듯 푸틴에게 간 거고, 북한이 실질적으로 러시아에 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면서 “러시아와 푸틴의 위상도 국제적으로 고립된 지금과 크게 달랐다”고 강조했다.
대북(對北) 식량·에너지 수출 등도 예상되는 주요 의제다.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에 밀가루 수출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시아 제재가 심해지면서 러시아 내 식량, 에너지가 과잉 공급되는 상황”이라며 “무기 지원에 따른 반대급부로 북한에 식량, 에너지를 제공해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北 노동자 해외 파견 확대 논의 관측도
정부 일각에선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확대가 북-러 정상회담에서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국경 봉쇄를 최근 공식적으로 풀었다. 이에 이제 외화벌이를 위한 해외 노동자 파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 양국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노동자 파견 논의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앞서 2019년 정상회담 당시 푸틴 대통령은 해외 북한 노동자를 송환시키도록 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이행에 미온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