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대 데뷔 후 31경기에서 실책 7개를 저지른 롯데 구드럼. 롯데 제공
사실 삼성에 2-7로 재역전패한 6일 경기에서 유격수 구드럼(31)이 실책을 기록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부문 공동 2위 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롯데는 왜 이렇게 수비를 못 하는 것만 같을까요?
6일 울산 경기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점)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롯데 나균안. 롯데 제공
그러니 어떤 팀이 수비를 얼마나 잘하는지 알아보려면 아웃을 얼마나 잘 잡아냈는지 알아보면 됩니다.
넓게 보면 안타든 실책이든 ‘못 잡았다’는 점에서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건 어떻게 따질까요? 그냥 세어 보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리그 평균은 0.678.
롯데 야수진은 이 가운데 2039개(65.9%)를 아웃으로 처리했습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이렇게 페어 타구를 범타로 처리한 비율(DER)이 3분의 2(66.7%)가 되지 않는 건 롯데뿐입니다.
그러니까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롯데가 수비를 가장 못 하는 팀입니다.
실책을 저지른 경기에서 10개 구단 평균 승률은 0.441.
실책이 나오면 성적은 18승 37패(승률 0.327)로 내려갑니다.
실책을 저지른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 사이에 승률 차이(0.276)가 가장 큰 팀이 바로 롯데입니다.
선 그래프는 승리 기댓값(Win Probability), 막대 그래프가 레버리지 인덱스(Leverage Index)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에서는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을 따질 때 레버리지 인덱스(LI·Leverage Index)라는 지표를 씁니다.
예를 들어 1회초에 경기를 시작할 때 LI는 0.9 정도 됩니다.
안방 팀이 1점 차로 뒤지고 있는 9회말 2사 만루가 되면 LI는 10.9까지 치솟습니다.
롯데를 제외한 9개 팀 평균 1.10
평상시(LI 1.0)보다 43% 중요한 순간에 실책을 저지른 겁니다.
물론 이 역시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이러니 실책이 나오면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실책 후 총 실점은 두산이 104점으로 1위
중요한 순간에 실책을 저지르는 데다 이를 수습하지 못하고 결국 점수를 내주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이런 팀이 야구를 잘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수비를 원래 못하는 데도 수비를 못하는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는 선수들이 롯데에서 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 응원 메시지. 롯데 제공
소설가 박민규 씨는 (1990년대 PC통신 ‘천리안’에서 유행하던 게시물 ‘거꾸로 보는 프로야구’를 표절해) 2003년 발표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삼미가 이렇게 “자기 수양으로서의 야구”를 했다고 썼습니다.
롯데가 잡기 어려운 공은 잡지 않는 팀이라는 건 이제까지 확인해 보셨을 터.
롯데는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을 가만히 지켜본 비율(56.1%) 역시 리그 1위 팀입니다.
선수들이 ‘자기 수양으로서의 야구’를 하는 건 자유라고 쳐도 롯데 팬들은 도대체 무슨 죄란 말입니까.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