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中 HBM 자체 생산 추진…CXMT가 주도” EUV 필요 없고, 中 패키지 기술 ‘수위’에 달해 “中 성패 속단 어려워”…개발에 최대 4년 걸릴 듯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이 미국의 강한 견제에도 불구, 한국 업체들이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도체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진출을 모색해 주목된다.
최근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분해 결과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HBM 자력 생산을 노리는 것이다.
HBM은 고성능 그래픽 작업이나 데이터센터는 물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슈퍼컴퓨터 등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요처에 많이 쓰인다.
중국이 자력 생산에 나선 HBM은 여러 개 반도체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한층 높인 초고성능 제품이다. 이 HBM은 최근 AI용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전 세계 HBM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양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HBM 개발 시도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HBM 개발을 주도하는 중국 CXMT의 경우 이미 17~19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D램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 업체들이 이미 12~13나노 D램을 양산 중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중국과 5년 이상 기술 격차가 나고,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HBM은 한국 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초미세공정을 위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선 반도체 자립을 위한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
HBM을 제조하려면 실리콘 웨이퍼에 구멍을 뚫어 전극을 형성하고 여기에 반도체 칩을 연결하는 TSV(실리콘 관통전극) 패키지 기술이 핵심이다.
중국은 이 같은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는 대만에 이어 세계 2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JCET(창덴과기) 등 세계적인 패키지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이 업체의 지난해 기준 후공정 분야 매출 점유율은 11.3%로, 대만 ASE(27.6%), 미국 Amkor(19.5%)에 이어 3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에 중국이 HBM 제품을 개발해 양산하는데 최대 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분해한 결과, 화웨이가 설립한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하이실리콘의 최신형 AP ‘기린9000s’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P는 전력효율을 높이기 위해 첨단 미세 공정을 적용하는데,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이 제품을 생산했고, 7나노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기술 난도가 상당히 높아 ‘마의 벽’으로 여겨온 10나노를 중국이 자력으로 돌파한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410억 달러(54조6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국가반도체투자기금도 새롭게 출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D램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큰 편이지만, HBM은 초미세공정보다 패키지 기술이 중요해 중국이 미국의 간섭 없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