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7일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의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주년 경축 열병식. 김정은 총비서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3각 밀착’의 나머지 당사국인 중국은 비교적 미지근한 반응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러의 밀착에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미온적 태도가 이달 개최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참가를 예정하고 있는 북한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의 대표단이 오는 9일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 75주년을 맞아 방북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정권수립기념일 70주년 행사 때는 당시 서열 3위급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을 파견했는데, 올해에는 이보다 급이 낮아진 대표단을 보내게 된다.
역시 전승절에 축사 사절을 보낸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삼은 바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모두 극진하게 대했으나, 북한 매체를 통해서는 러시아 관련 보도가 더 비중 있게 배치가 되고, 김 총비서가 쇼이구 장관을 ‘무장장비전시회’에 데려가 ‘무기 세일즈’를 하는 모습도 확인되면서 중국이 러시아에 비해 ‘홀대’를 받았다는 날 선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당장 내주에 열릴 것이라는 보도에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러의 군사안보 협력에 깊게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북러 정상회단은 내주에 열리는 다자회의인 동방경제포럼(EEF)이 개최되는 기간(10일~13일) 중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이 포럼에 서열 3위 인사를 파견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급을 낮춰 부총리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에 파견되는 대표단과 비슷한 급이다.
이는 중국이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북중러의 고위급 인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이들 국가들이 군사적 위협 요인이 되는 상황에서 북중러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미국과 경쟁하는 유일한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활동하는 명분을 잃고 위상도 떨어질 수 있음을 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이달 말에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북한의 참가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파견해 유대감을 과시하고 북중 정상회담까지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평화적 메시지’ 발신이 중요한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 북러 군사협력 추진으로 다시 비난의 대상이 된 북한을 과도하게 껴앉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의 불편한 입장에도, 대회 전체의 성과와 이미지를 고려해 북한 대표단이 불참하는 수준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다만 고위급 정치 대화 없이 대표단의 대회 참가에 자체에 방점을 찍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