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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제2의 석탄’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나선 이유[메트로 돋보기]

입력 | 2023-09-07 16:28:00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자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입니다. 서울시청은 그래서 ‘작은 정부’라 불리는데요, 올해 예산만 47조2052억 원을 쓰고 있답니다. 25개 구청도 시민 피부와 맞닿는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또는 서울을 여행하면서 ‘이런 건 왜 있어야 할까’ ‘시청, 구청이 좀 더 잘할 수 없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본 적이 있을까요? 동아일보가 그런 의문을 풀어드리는 ‘메트로 돋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회부 서울시청팀 기자들이 서울에 관한 모든 물음표를 돋보기로 확대해보겠습니다.
9월은 환경과 관련된 날이 많습니다. 지구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자원순환의 날(6일)부터 대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후변화와 대한 이해심과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정된 푸른 하늘의 날(7일)까지.

서울시도 이에 맞춰 7일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을 내놓았는데요. 2026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10% 줄이고, 재활용률은 10%p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또 이번 대책으로 서울 시민의 삶에서 달라지는 점들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 2025년 모든 한강공원서 플라스틱 용기 금지
우선 잠수교 일대를 시작으로 한강공원에서 일회용 배달 용기 반입이 점차적으로 금지됩니다. 그동안 한강공원이 배달 음식으로 인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요. 서울시는 올해 안에 잠수교 일대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뚝섬·반포 한강공원, 2025년에는 한강공원 전역으로 정책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일회용품 중에는 일단 플라스틱류를 우선 금지할 방침입니다. 특히 음식물에 오염된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럴경우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염된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어려운 점이 있어 이같은 계획을 마련했다”며 “캔맥주, 종이 일회용기 등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도 시행됩니다. 서울시는 시내 커피전문점 100여 개 매장에서 개인 컵을 사용하면 300원을 할인해주는 ‘개인 컵 추가 할인제’를 11월까지 시범 운영할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이 할인 제도를 내년 확대 시행한뒤, 2025년부터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할 방침입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현재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은 약 1만8000곳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연간 약 6억개 정도. 서울시는 이번 정책을 통해 2026년까지 일회용컵 1억 개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스타벅스 별다방점에 고객들이 주문한 음료가 재사용 컵에 담겨 놓여 있다. 뉴스1 DB




종량제 봉투 속 버려지는 폐비닐을 활용할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4월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국내 4개 정유·화학사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300~800도에 달하는 고온에 녹여 얻는 기름의 일종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노원구, 관악구 등 4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2025년 이후 전 자치구에서 폐비닐 등을 수거하기 위한 별도 체계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 제2의 석탄으로 불리는 플라스틱

서울시가 이같은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세운 데는 그만큼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서울시의 일일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4년 896톤에서 2021년 2753톤으로 늘었습니다. 7년 만에 200% 이상 증가한 것이죠.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치면 폐플라스틱 처리 과정에서만 약 4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는 서울시 폐기물 분야 온실가스 발생량의 13.6%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과정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이보다 더 큰 것이죠.

미국 환경연구단체 비욘드 플라스틱(Beyond Plastic)에 따르면 미국 플라스틱 산업은 2030년까지 석탄공장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플라스틱이 ‘새로운 석탄’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국제연합(UN)에서 2025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규제를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는데요. 국제적으로도 플라스틱 감축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유럽연합(EU)는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도록 했고, 영국은 재생원료가 30% 미만 플라스틱 제조·수입 시 플라스틱 톤당 200파운드(약 33만 원)의 포장세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일일 플라스틱 발생량을 현재 2753톤에서 2026년까지 10%(275톤) 감축한 2478톤까지 줄이고 재활용률은 현재 69%에서 79%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온실가스 약 14만 톤을 감축한다는 계획입니다.

7일 서울시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 발표 자료 화면. 서울시 제공




● 서울시 순환경제 모범도시로 도약 시도

이를 위해선 서울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일회용품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조금은 불편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도,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별도 분리 배출을 하는 것도 결국 모두 시민의 참여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플라스틱 문제는 이제 더이상 늦춰선 안 될 도시와 인류 생존을 위한 당면 과제”라며 “서울이 세계적인 ‘순환경제 모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동참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5월 세계기상기구(WMO)는 보고서를 통해 “2023∼2027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66%”라며 “같은 기간 지구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할 가능성 또한 98%”라고 말했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온동 상승의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도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정해둔 기후변화 최후의 방어선이 깨지는 날이 5년 이내에 현실화 될 가능성이 66%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폭우와 폭염 그리고 한파까지. 실제로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온 듯 합니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이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메트로 돋보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에겐 차선책으로 택할 행성(Planet B)은 없기 때문에 두 번째 계획(Plan B)도 있을 수 없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