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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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소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릴 때 나오는 미소다. 때로는 가짜 미소도 진짜로 웃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심리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한 장면. tvN 화면 캡처
남들도 한눈에 눈치채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뭐하나 싶겠지만, 실제로는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록 가짜 미소라 할지라도 안면근육을 억지로 웃게 만들면 뇌에서는 실제로 기분이 좋은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기왕 이 기사를 읽는 김에 입꼬리를 올리고 읽어보면 어떨까? 무표정한 얼굴로 기사를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눈이 웃는 ‘뒤센 미소’가 진짜 미소
눈과 입 주변 근육이 대칭을 이뤄 동시에 움직이는 미소가 진짜 미소다. Pixabay(ⓒstokpic)
인위적인 미소를 띨 때는 눈가 근육은 움직이지 않고, 입 주변 근육만 움직인다. 미국 드라마 ‘팬 암(PAN AM)’의 포스터. IMDb
가짜로 웃으면 재미없어도 “재밌다” 느껴
당연히 진짜 미소를 지을 일이 많으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인 미소를 지었을 때도 실제 웃는 것만큼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관련 연구 가운데 고전적 연구로 꼽히는 ‘미소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조건’이라는 심리학 연구에서는 억지 미소의 효과성에 대해 실험했다. 사람들에게 연필을 물고 웃는 표정을 짓게 하고 심오한 내용의 만화를 보게 했더니, 억지로 웃게 만든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만화 내용을 더 “재밌다”고 평가했다. (서두에서 미소를 짓고 기사를 읽길 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으며 책을 읽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사진 속 어린이가 집어든 책의 제목처럼 ‘웃으면 행복이 와요’라는 말은 삶의 여러 방면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동아일보 DB
“웃으며 참으세요” 스트레스 진통제 효과도
이런 연구들은 최근까지 지속돼 오고 있는데,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해 봄 직한 실험이 있어 소개한다. 연구 제목은 ‘웃으며 참아보세요’다. 미 캔자스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대학생 170명을 모집해 세 그룹으로 나누고, 아래와 같이 각각 세 가지 방법으로 나무젓가락을 문 상태로 웃어 보이도록 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무표정 △살짝 웃은 표정 △상당히 웃은 표정이다. 젓가락을 문 상태에 따라 안면 근육을 사용하는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젓가락을 물려 각각 왼쪽부터 무표정, 살짝만 웃는 표정, 상당히 웃는 표정을 짓게 했다. Psychological Science
그 결과 활짝 웃는 표정을 지은 사람일수록(사진에서 세 번째) 스트레스로 인한 심박수 증가가 심하지 않았고, 원래 수치로 회복되는 속도도 빨랐다. 즉, 무표정으로 고통을 견딘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뿐 아니라 쉽게 회복됐다. 연구진은 “가짜 미소는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짧고 고통스러운 스트레스 종류를 견디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웃으며 운동하면 덜 지쳐
사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미소를 띠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달리기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 간간이 미소를 지으면 힘이 덜 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운동하면서 힘들다고 오만상을 찡그리기보다는 미소를 지으면 덜 고통스럽게 느껴진다.영국 얼스터대 심리연구소의 노엘 브릭 박사 연구팀은 웃으면서 달리기를 해봤더니 ‘운동의 경제성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신체적, 심리적 에너지가 적게 들었다는 얘기다. 미소를 지을 때 신체적으로는 덜 헉헉거리고, 심리적으로는 덜 고통스럽게 느낀다.
힘든 운동을 할 땐 당연히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때 힘들더라도 미소를 지어 표정을 바꾸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아일보 DB
그 이유는 간단했다. 참가자의 70%가 미소를 지으며 뛰는 동안 가족과 보낸 시간 등 실제로 즐거웠던 일이 떠올랐다고 했다. 실제로 웃었던 과거 기억이나 생각이 떠오르면서 긍정적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에 찡그린 사람들은 정치적 사건 같은 불쾌한 이슈에 대해 생각하거나 달리기에서 오는 고통에 집중했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졌다고 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지효가 운동 중에 활짝 웃어 보이는 모습. MBC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다음 주에는 미소의 힘(2)에서 ‘진짜 미소’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아무리 시시껄렁한 일이라도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면역력이 생기며 △창의력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