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음달 예금보호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22년째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죠. 이웃나라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 낮다는 한국의 예금자보호한도. 올리면 금융 소비자에게 무조건 좋은 걸까요?
올 7월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자 경기 남양주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려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 DB.
정치권에선 현재 한도를 높이자는 법안을 10여 건이 발의하며 ‘상향론’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서도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신협의 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자며 관련 법안을 발의했죠. 국민의힘에서도 주호영 의원이 올 3월 금융회사 전반의 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국내 한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GDP가 한국의 39.5% 수준인 중국의 한도는 50만 위안으로 우리 돈 9000만 원이 넘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한도는 각각 25만 달러(약 3억3388만 원), 1000만 엔(9057만 원)입니다.
지난해 12월 한 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동아일보 DB.
단순히 한도를 1억 원으로 높이는 것보다 경제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높은 한도를 보장해주거나 특정 집단에만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앞서 SVB 파산 사태로 홍역을 치른 미국에선 연방예금보호공사(FDIC)가 중소기업 등 특정계좌에만 더 높은 보호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죠.
금융위 내부에서도 1억 원으로 무조건 상향하는 방안은 배제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국회에 보고할 개선안에 어떤 ‘묘수’를 담을지 기대가 됩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