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익준 대구대 법학과 연구교수
탈주하는 동물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다. 대부분 동물원에서 태어나 야생의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동물원이 없다면, 동물원 생활에 이미 익숙해진 야생동물은 갈 곳이 없다. 결국 야생동물을 위해 동물원과 사육시설의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이에 2013년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종) 사육허가제가 신설되었고, 사육관리기준이 강화되었다. 2015년에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동물원 등록제를 통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만들어졌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2022년 야생생물법에 ‘지정관리 야생동물’을 신설하여 그 수입 또는 반입을 금지하였고, 동물원(또는 수족관) 외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였다. 또한 영국의 ‘동물원면허법(Zoo License Act)’ 등을 참고하여 동물원수족관법을 전부 개정하면서 동물원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동물복지는 물론 질병과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전문 검사관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법 개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여전히 TV 쇼에서는 라쿤 같은 야생동물을 흥밋거리로 다루고, 동물원을 신기한 동물의 구경 장소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루디’와 ‘사순이’가 나올 수 있다. 야생동물은 사람의 보살핌의 대상이 아닌 지구촌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이웃이다. 법과 제도의 개선만큼 인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법 개정 취지를 널리 알리고, 동물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제라도 야생동물과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