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눈처럼 고결하고, 구름 사이 달처럼 밝아야 하거늘.
당신이 두 마음을 품었다기에, 결별을 고하러 찾아왔소.
오늘은 술잔 놓고 마주하지만, 내일 아침엔 작별하려 저 도랑가에 있겠지요.
도랑가 주춤주춤 배회할 때면, 도랑물도 동으로 흘러가 버릴 테지요.
처량하고 또 처량한 이 마음, 시집가선 절대 울지 말아야 하는 것을.
일편단심 곧은 사람 만나, 백발 되도록 안 헤어지길 바랐었건만.
댓줄기는 바람에 쉬 일렁이고, 물고기 꼬리는 물결에 마냥 하늘대지요.
남자라면 의리를 중시하거늘, 왜 재물에 마음이 움직였나요?
(皚如山上雪, 皎若雲間月. 聞君有兩意, 故來相決絕. 今日斗酒會, 明旦溝水頭. 躞蹀御溝上, 溝水東西流. 凄凄復凄凄, 嫁娶不須啼. 願得一心人, 白頭不相離. 竹竿何裊裊, 魚尾何簁簁. 男兒重意氣, 何用錢
刀為.)
―‘백발의 노래’(백두음·白頭吟)’ 한대 민가
첫 두 구절은 일견 시의 내용과 무관해 보이지만 시 서두에 비유를 사용하여 주제를 함축하는 기법은 중국 민가의 오랜 전통. ‘모름지기 애정은 순결하고 밝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암시한다. 혹 남자의 배신과 대비되는 여자의 정절(貞節)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한다. ‘백발의 노래’는 백년해로의 염원을 응집한 민중의 소리이지만, 같은 시제로 세월무상, 사회적 소외 등을 담은 작품도 적지 않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