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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무료 주차장에서 캠핑을? ‘공유지의 비극’ 어떻게 해결할까

입력 | 2023-09-08 03:00:00

■황폐화되기 쉬운 공유자원
공공 주차장-바다-인터넷 등 일부가 독점하면 피해 발생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이용자 공동체 만들어 대안 마련… 규칙-순서 정해 공유성 유지해야



지난달 1일 강원 영월의 한 계곡 공영주차장에 캠핑카가 장기간 자리를 맡아놓은 모습이 온라인에 올라와 누리꾼들의 비판이 일었다. 일명 ‘알박기’라고 불리는 행태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목초지가 있다. 여기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소를 놓아 풀을 먹일 수 있다. 어느 날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몇 마리의 소를 더 사들여 공유지의 풀을 먹게 하였다. 이를 본 이웃들도 더 많은 소를 사들이기 시작하였다. 공유지에는 점점 더 많은 소가 들어차게 되었고, 새로운 풀이 자랄 겨를도 없이 풀이 사라지면서 공유지는 황무지가 되고 말았다. 결국 아무도 소를 기를 수 없게 되었다.’

고1 통합사회(미래앤 170쪽) 교과서에 나온 내용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경제학 용어로는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부릅니다. 공유지는 공유자원의 한 예입니다. 공유자원은 소유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말합니다. 공해상의 물고기, 공공 공원, 막히지 않는 국가 도로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공재와 약간 성격이 다른 점은, 누군가가 이용하면 다른 누군가는 이용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는 ‘경합성’이라고 부릅니다.



● 주차장 점령한 캠핑족들 탓에 황폐화
올여름 지방의 무료 주차장을 캠핑족들이 장기간 차지하고 있어 문제가 됐습니다. 그곳도 처음에는 한적하고 빈자리가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여행객을 유치해 지방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관리를 맡은 지방자치단체는 굳이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입소문이 나고 방문자가 늘면서 경쟁이 발생하게 되었을 겁니다. 주차 구역은 경합성이 있으니까요.

한 번 이용하고 자리를 빼줘야 하는 것이 불문율이고 상식인데 일부 이기적인 캠핑족이 좋은 자리를 계속 점유한 겁니다. 이는 두 명, 세 명으로 늘고 주차장은 장기간 세워둔 캠핑카와 걷지 않은 텐트로 가득 채워지게 됩니다. 영리한 개인들의 선택이 결국 무료 주차장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겁니다.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중학생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밥 잘 먹으면 행복합니다. 맛있는 반찬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는 그 반찬을 일부러 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개수대에 쌓인 빈 앞접시에 그 반찬이 잔뜩 있는 걸 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으면 다른 식구들도 골고루 먹을 수 있는데 다 먹지도 못할 많은 양을 선점해 놓고 남겨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잔소리를 합니다.

“너는 지금 공유자원을 황폐화시키는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한 거다!”라고 하면 조금 더 교육적이었을까요. “밥 남기면 복 달아난다”, “이승에서 남긴 음식은 저승에서 모두 먹게 된다”,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등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려는 선현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습니다.



● 인터넷-바다도 모두의 공유지

일본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후쿠시마 앞바다에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자원이지만 누구나 더럽히기 시작한다면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뉴시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요즘 없으면 안 되는 ‘숨 쉬는 공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용하는 정보와 콘텐츠는 고속도로의 자동차와 같아서 그 양이 많아지면 고속도로가 막히듯 인터넷 속도는 느려집니다. 정보 고속도로는 정보 사회의 공유자원입니다. 그런데 최근 동영상 서비스 이용이 폭증하면서 일부 대형 동영상 콘텐츠 사업자(넷플릭스)와 인터넷망 사업자(SK브로드밴드) 간에 법적 분쟁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또한 ‘공유지의 비극’에 직면하여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일부 원자로가 폭발하였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오염수가 발생합니다. 파괴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10여 년간 사용된 물을 마냥 껴안고 있을 수는 없었나 봅니다. 여러 논의 끝에 일본 정부는 8월 24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적 검증과 안전성 등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 또한 바다라는 공유자원을 둘러싼 문제이고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료 주차장도 처음 시작은 한두 명이었고, 무료 주차장의 쾌적함과 편리함을 유지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영리한 선택을 하는 개인들이 모여 공유지가 황폐화되듯이 안전성을 검증받은 제2, 제3의 방류가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할 경우 황폐화된 주차장처럼 바다도 어느 선을 넘어서면 황폐화될 수 있습니다.



● 정부-공동체 개입 방법은 단점도 있어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유자원을 사유화하는 것입니다. ‘모두의 것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는 말처럼 공유자원은 황폐화되기 쉽습니다. 역사적인 예로는 ‘인클로저 운동’을 들 수 있습니다. 중세 말 유럽에서 양모(양털) 가격이 급등하자 양을 키울 목초지를 만들기 위하여 농토를 합병하고 경작지나 공유지에 울타리를 쳤습니다. 생활 속 예로는 밥과 반찬의 양을 정하고 식판에 배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결은 간단해 보이나 함께 쓰는 공유의 이로운 점이 사라져 비효율적입니다. 학교 급식 후 남는 음식은 그 비효율을 잘 보여줍니다.

둘째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원칙을 세우고 규제하는 것입니다. 어족(물고기) 자원의 남획을 막기 위해 금어기를 설정하는 것, 그물의 규격을 정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공식적이고 강제력이 있어 실효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섬세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셋째는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제3의 접근입니다. 이해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방식입니다. 어촌의 주민들이 어촌계를 만들고 마을 갯벌과 근해 어족 자원을 관리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섬세한 이해관계가 조정되어 공동체 중심의 공유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국가 차원의 대규모 문제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방식이고, 논의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기를 반으로 나누자는 제안으로 아기의 엄마가 누구인지를 밝혀낸 솔로몬의 지혜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반성하게 됩니다. 아들아 즐겁게 먹고 무럭무럭 자라다오.


이철욱 광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