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카페나 식당 문을 열었을 때 ‘어서 오세요’ 대신 키오스크를 마주하면 움찔하게 된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아이스라떼 톨 사이즈 샷 추가 테이크아웃요.” 점원 앞에선 3초면 끝날 한 문장을 위해 단계마다 ㉠씨름해야 한다. 어르신이라면 나이 탓이라도 할 텐데, 솔직히 중년들 역시 키오스크가 조금은 두렵다.
키오스크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늘었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키오스크 보급이 빨라지는 데 한몫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요식업에선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3년 만에 약 16배로 급증했다.
많이 접해 익숙해졌다지만 키오스크 기기마다 사용자환경(UI)이 표준화되지 않아 처음 가는 가게에선 여전히 부담이다. 직원에게 물어볼 수 없어 메뉴 이름을 꿰고 있지 않으면 주문조차 안 된다. 낯선 이름에 주문을 포기했던 아이스크림 체인점의 ‘MSGR’이 알고 보니 미숫가루임을 알고는 허탈해진다. 화면 속 그림과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도 많다. 시간을 끌다간 초기화될 수도 있다. 결국 뒤통수가 따가워 뒷사람에게 주문을 양보하게 된다.
키오스크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다. 다만 기술 발전의 목표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면, 자괴감이 들지 않도록 좀 더 친절해져야 한다. 쉬운 말을 쓰고 글씨 크기를 키우고 화면 구성과 조작 방식을 단순화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어르신들도, 중년들도 한때는 ‘얼리어답터’였다. 인공지능(AI) 등 숨 가쁜 기술의 발전 앞에 지금의 젊은 세대도 버벅거릴 날이 머지않았다.
동아일보 9월 1일 자 김재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키오스크 결제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의 말로 적절한 것을 고르세요.
① 글자도 작고, 주문하고 싶은 메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 직원의 도움을 받고 싶어.
② 일일이 메뉴를 다 말하지 않고, 몇 번 클릭으로 주문이 가능하니 정말 편리하군!
③ 아직 코로나19가 유행 중이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결제를 하는 것이 점원과 손님 모두에게 안전하지.
2. ‘㉠씨름해야 한다’의 의미를 바르게 추측한 것을 고르세요.
①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힘과 재주를 부리어 먼저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우리 고유의 운동을 하다.
② 어떤 대상을 극복하거나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 힘을 쏟거나 끈기 있게 달라붙다.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