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불평등 바로 잡으려면 공공서비스 접근성 보장이 핵심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2016년 미국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미시간대 경제학과의 저스틴 울퍼스 교수가 기고한 글인데 “자라는 동네 환경이 좋지 않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다.
글에서 울퍼스 교수는 지도학생이었던 에릭 췬의 박사 논문을 소개했다. 논문은 미 정부의 ‘기회 찾아 이사 가기’라는 저소득층 대상 주택정책 프로그램의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환경이 좋은 동네로 이사한 경우 성인들보다 어린이들의 미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구할 확률도 높아졌고, 평생 소득도 평균 4만5000달러(약 6030만 원)나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수명이 가장 긴 수도권의 한 도시와 가장 짧은 전남의 한 지역 사이엔 무려 26.5년 차이가 난다. ‘국토가 좁다’는 말이 통용되는 걸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지역 간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이런 접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영국의 ‘글로벌번영연구소(IGP)’는 필수 자원에 대한 기본 생활 수준을 보장해 사회번영을 위한 공통의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모든 시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보건의료·교육·주거·교통·민주주의·법률·음식·정보와 같은 7개의 기본 공공서비스에 대해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한국은 1948년 제헌헌법에서 일찌감치 유사한 전략을 제시했다. 제헌헌법 84조는 “대한민국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공간복지 정책이 모든 사람이 정확히 같은 양과 질의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좋은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기본 생활자원에 대해선 사는 장소와 지역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접근성을 균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공간복지 시스템을 통해 개인과 사회 모두 발전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좁은 국토를 넓게 쓰기 위해서라도 국토 공간에서 기회의 지리를 확장하는 공간복지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모든 지역이 고유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형발전 모델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