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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울릉공항 시계비행하면 10번 중 1번 꼴로 결항

입력 | 2023-09-08 10:42:00


80인승 항공기 취항을 위해 설계 변경을 추진하는 울릉공항이 활주로 운영 방식을 변경할 경우 열 번에 한 번 꼴로 항공편이 결항 또는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한 가운데 솟아난 화산섬인 울릉도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수시로 해무 등 저시정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울릉공항은 3C급 항공기 취항을 위해 계기비행 방식으로 운영하려던 활주로를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착륙대(활주로 주변 안전지대) 폭을 현재 설계안인 140m에서 2배 넓은 280m로 늘려야 하는 대규모 확장 공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보 5일자 A1, 2면 참조)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항행시설 등의 도움 없이 육안으로 지형과 장애물을 파악해 이착륙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계비행으로 공항을 지을 경우 가시거리(시계) 불량으로 비행기가 울릉공항에 이착륙하지 못 하는 상황이 10번 중 1번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최근 10년치(2013~2022년) 울릉도의 기상 기록을 1시간 단위로 분석한 결과다.

국토부에서 정한 항공교통관제절차에는 비행기가 시계비행으로 공항에 접근하려면 시정이 최소 3마일(4.8km) 이상이어야 한다. 분석한 시정 자료 8만3452건(총 8만7647건 중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은 4195건 제외) 중 울릉도의 시정이 4.8km를 넘지 못하는 때는 총 7867회였다. 전체 분석 대상의 9.4%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시계 불량 상황은 오전 6~10시에 23.9%가 집중됐다. 이 시간대에는 2~3시간 연속해서 시정이 나쁜 경우가 많아 특히 결항률이 높을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눈비 등 악천후, 강한 바람, 구름의 최저고도, 항공기 결함 등으로 인한 결항이나 지연이 더해지면 결항률은 더 오를 수 있다.

한국항공협회가 운영하는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통계를 보면 국내선 결항률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국내선 총 결항률은 0.98%(총 204만3888편 중 1만9967편 결항), 총 지연율은 10.7%(202만8022편 운항 21만6917편 지연)다.

항공업계에서는 울릉공항이 시계비행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반쪽 공항’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항공사의 한 조종사는 “시계비행은 야간운항도 많은 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연율이 높아지면 승객들이 섬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측은 현재로서는 시계 비행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울릉공항은 활주로 내륙 쪽으로는 산으로 둘러 싸여 있고, 반대쪽으로는 바다와 연결돼 있다. 활주로 폭이나 길이를 늘이려면 바다를 매립해야 하기 때문에 수천 억 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공사비가 더 들어가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시계비행에 따른 결항률 문제에 대해서 국토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영국 등에서는 비계기활주로(시계비행)에서도 계기접근 비행 만큼의 안전 수준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과 규정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안전과 결항에 문제가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