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6.2. 뉴스1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허위사실을 주장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8일 오후 문 전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고 전 이사장이 패소한 부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전액 원고가 부담한”고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또 “문재인은 부림사건을 맡은 변호인이었고 부림사건은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운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고 전 이사장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2015년 9월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교사와 학생, 회사원 등 20여명이 불법체포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피해자들은 재심을 통해 2014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의 수사 검사였고 문 전 대통령은 재심 때 변호를 맡았다.
고 전 이사장은 자신의 발언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표명 또는 평가에 해당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1·2심 법원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감정적이고 모멸적인 언사를 사용해 원고의 명예를 여러 사람 앞에서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피고의 발언이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이후 많은 사람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게 됐던 것으로 보여 파장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명예훼손이 성립될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아니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발언은 피고의 경험을 통한 원고의 사상·이념에 대한 의견 또는 입장표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북한과 연관 지어 사용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상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사소송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 전 이사장에 대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형사판결과 동일한 취지의 판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