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폐스펙트럼 아동 사회성 높일 수 있는 메타버스 훈련 프로그램 개발

입력 | 2023-09-08 14:37:00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아동의 사회성을 향상할 수 있는 메타버스 기반의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연세대 의대 의·생명 시스템 정보학 교실 박유랑 교수와 이주현 연구원, 신경외과학 교실 이태선 박사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기반의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이클리니컬메디신’(eClinicalMedicine, IF 17.033) 최신 호에 게재됐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능력이 손상되거나,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의 부족으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성장기에 사회성 향상을 위한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인에 이르러 다양한 문제로 인해 정신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와 행동적 개입은 사회성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치료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치료기관이 한정적인 관계로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는 아동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메타버스 기반의 사회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했다. 프로그램은 1시간 동안 총 4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각 세션은 이론 수업과 함께 메타버스 내에서 또래 활동 실습, 숙제, 피드백 등으로 구성됐다. △1세션 규칙과 결과의 필요성 인식 △2세션 행동에 대한 상황 이해와 팀 활동 참여 △3세션 부정적 행동 경험과 부정 감정에 적절히 반응하기 △4세션 개인차를 알고 받아들이기로 이뤄졌다.

연구에 참여한 15명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중재 군과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중재 군은 4주 동안 집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Roblox와 Zoom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사회성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4회 반복 이수했다.

연구팀은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회성을 평가하는 표준 테스트를 프로그램 이수 전후로 평가했다. 평가 도구로는 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효과를 측정하는 ‘사회적 반응성 척도(SRS-2)’와 아동의 사회 적응과 정서·행동 문제를 평가하는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K-CBCL)’ 점수 등을 사용했다. 두 평가지표는 모두 점수가 높을수록 사회적 기능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프로그램을 이수한 중재 군에서 사회적 반응성 척도 점수의 중앙값이 교육 이수 전 96.0에서 이수 후 85.0으로 개선되며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에서도 총점의 중앙값은 대조군의 경우 교육 이수 전 69.5에서 이수 후 68.0으로 결과값의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으나 중재 군은 교육 이수 전 67.0에서 이수 후 63.0으로 감소함을 보였다.

특히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의 하위 항목 중 ‘사회적 문제’ 관련 점수의 중앙값에서 대조군의 경우 교육 이수 전 67.5, 이수 후 66.0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중재 군은 교육 이수 전 79.0에서 이수 후 70.0으로 크게 개선됐다. 이는 프로그램이 아동의 사회 적응 능력뿐만 아니라 정서·행동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유랑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사회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면서 “향후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동의 가정에서도 사회성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2022-0-00234)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