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피해 1·2위 태풍 ‘루사’·‘매미’는 가을 태풍 최근 10년간 8월보다 9월 태풍 더 자주 발생 “기후 변화로 해수 온도↑…‘초대형’ 올 수도”
한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든 가운데 ‘가을 태풍’의 씨앗들이 커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오른 탓으로, 전문가들은 가을철 초대형 태풍 발생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가을 첫 태풍인 13호 태풍 ‘윈욍(YUN-YEUNG)’이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했다. 윈욍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일본 도쿄 남서쪽 부근 해상에서 북진해 9일 오전 9시 도쿄 북북서쪽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전망이다.
◆해수 온도 ‘시간차 상승’…세 불린 가을 태풍에 피해↑
대기 기온보다 느리게 오르는 바닷물 온도는 한여름 햇볕으로 데워지기 시작해 9월께 정점을 찍는다.
이로 인해 가을에 발생한 태풍이 시간차를 두고 뒤늦게 달궈진 해수면을 지나며 수증기를 머금고 몸집을 더 키우게 되는 셈이다.
과거 한반도에 상륙했던 ‘가을 태풍’은 매머드급 피해를 남겼다. 1987년 관측 이래 재산 피해 역대 1·2위를 기록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도 각각 8월30일~9월1일, 9월12일~13일까지 우리나라를 직격했다.
루사의 경우 사흘간 재산 피해 5조1479억원, 이재민 6만3085명, 사망·실종 246명의 큰 인명피해를 안겼다. 매미도 이틀간 전국 대부분 지역을 강타하며 4조2224억원의 재산 피해 등을 입힌 바 있다.
◆7년째 가을 태풍…‘하얀 석탄’ 수증기 머금고 성장일로
태풍 발생 빈도도 한여름보다 가을에 점차 집중되는 추세다.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월 별 평균 발생 태풍 개수는 8월이 5.2개, 9월은 5.4개였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을 추리면 8월 0.7개, 9월 1.1개로 ‘가을 태풍’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진 경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높은 온도를 가진 해수면 상에서 다수의 태풍 씨앗이 기류와 만나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가을에도 태풍의 영향이 계속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학계에서는 기후 변화 등으로 ‘초대형’ 태풍이 올 가능성도 경고한다.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수증기가 늘어나 태풍의 위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태풍의 에너지원은 ‘하얀 석탄’이라 불리는 수증기다”라며 “기후 변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해양에서 수증기가 늘어나, 더 강한 에너지원을 품은 ‘초대형’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