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6일(현지 시간) 컬럼비아대 첫 강의에서 동료 교수, 수강생 등과 함께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보다 클린턴 전 장관의 사진을 찍으려는 일에 몰두하는 바람에 강의 시작 20분 후에야 제대로 된 수업이 시작됐다. 컬럼비아대 X(옛 트위터) 캡처
“학생 여러분, 이 곳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장이 아닙니다.”
올 1월 미국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SIPA)의 ‘교수’로 임용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7)이 6일(현지 시간) 첫 수업에서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강의 시작 20분이 지나도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클린턴 교수를 촬영하느라 바쁘자 보다 못한 한 동료 교수는 “휴대폰과 사진기만 보인다. 여기는 팝 스타 스위프트가 노래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촬영을 중단시켰다. 클린턴 전 장관 또한 학생들을 보며 “파파라치 같다”고 웃었다.
이날 강의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한 후 외교 전문가로서의 첫 공개 행보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20대 때 아칸소 법대에서 가르쳤다. 이후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민주당 대선후보 등을 거쳐 약 50년 만에 강단으로 돌아왔다.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를 파기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하는 바람에 중동 긴장이 고조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 전 NYT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어떤 끔찍한 결과가 있을지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강의와 별도로 컬럼비아대에서 외교안보 정책를 다루는 연구소 설립 또한 주도하기로 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주재 미 대사 등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