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적의 진통제였던 ‘펜타닐’… 불법 직거래로 청소년 중독 양산 야쿠자의 마약 생산지였던 한국… 최근 소비 급격히 늘어나 문제 ◇펜타닐/벤 웨스트호프 지음·장정문 옮김/444쪽·2만 원·소우주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양성관 지음/368쪽·1만8000원·히포크라테스
미국 남북전쟁(1861∼1865) 당시 부상당한 군인들. 이들을 치료할 때 모르핀을 쓰면서 중독자 6만 명이 생겨났다. 히포크라테스 제공
1959년 벨기에 의사 폴 얀센(1926∼2003)은 탁월한 진통제를 개발했다. 이 진통제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말기 암 환자를 위해 주로 사용됐다. 환자들이 큰 수술을 받을 때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마취제 역할도 했다. 한때 의료계에선 이 진통제가 ‘기적의 약물’이라 불렸다.
하지만 2021년 이 진통제 때문에 사망한 미국인은 7만 명이 넘는다. 이 진통제는 만 50세 이하 미국 성인의 사망 원인 1위다. 헤로인보다 50배, 모르핀보다 100배 강력하고 2mg만 복용해도 사망할 수 있는 이 치명적인 진통제의 별명은 ‘좀비 마약’, 이름은 펜타닐이다.
특히 멕시코 마피아는 다크웹(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웹사이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부 단속을 피해 10대 청소년과의 ‘비대면 직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1913∼1994)이 1971년 “미국의 공공의 적 1위는 마약 남용”이라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50년이 지나도록 미국은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1970년대 부산은 일본 야쿠자들이 활약했던 ‘코리아 커넥션’의 중심지였다. 야쿠자들은 대만에서 필로폰의 원재료인 슈도에페드린과 에페드린을 수입했다. 필로폰을 제조할 때 나는 악취를 숨기기 위해 부산 근처의 악취가 심한 돼지 사육장 안에 비밀 공장을 차린 뒤 필로폰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대만에서 원료 1kg을 14만 원에 산 뒤 필로폰을 만들면 10억 원에 팔 수 있을 정도로 수익성이 높아 한국 조폭도 야쿠자를 따라 필로폰 공장을 만들었다. 1982년 일본 필로폰 시장의 88.3%를 한국산 필로폰이 차지할 정도로 한국은 마약 생산국으로 유명했다.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뒤 학부모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던 일당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동아일보DB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