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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로톡 징계 심의’ 또 결론 못 낸 법무부… ‘리걸테크’ 말라 죽을 판

입력 | 2023-09-08 23:54:00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가 타당한지 가리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가 6일 열렸으나 7월 1차 회의에 이어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변협 징계를 받은 로톡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이의신청을 접수시킨 후 9개월 넘게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는 “근시일 내에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의신청 접수 후 6개월 내 결정하도록 한 변호사법의 시한은 이미 넘겼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로톡과 기존 법률단체는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법적 분쟁을 벌여왔는데, 대부분 로톡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변협 등이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경에 세 차례 고발한 것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로톡 같은 플랫폼 가입을 금지하는 변협의 규정에 대해선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5월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도 불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변협이 로톡 변호사 123명을 징계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한국의 ‘리걸테크’(법률 정보기술 서비스)는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로톡의 경우 오랜 분쟁으로 인해 4000명이던 가입 변호사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적자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리걸테크가 일상화되고 있다. 미국에선 2000여 개의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선 ‘벤고시닷컴’이란 업체가 주식시장에 상장했을 정도다. 어떻게든 새 플랫폼을 육성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글로벌 흐름에서 우리만 ‘갈라파고스섬’처럼 고립된 셈이다.

스타트업 같은 혁신기업은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지속되기 힘들다. ‘타다’는 4년 만에 무죄를 받았지만 사업을 재개할 수 없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역시 정부가 의료계의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 이후의 법적 근거를 제때 만들지 않아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다. 이미 로톡을 합법 서비스라고 한 법무부가 징계에 대한 결론을 계속 끄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가 편리하고 정확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오랜 갈등을 마무리하는 결정이 속히 나와야 한다.